[칼럼] 탄소중립이라는 새 국제질서의 대처법 찾아야

[한경ESG] 칼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강화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2021년부터 새롭게 시행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198개 당사국 전체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다. 이에 주요국은 RE100 확대, ESG 경영 강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 탈탄소 경제 체계 구축을 시도하며 사회·경제 전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의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재 기후 정책으로는 대한민국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설정하고,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한국의 탄소배출 정점 시기는 2018년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탄소배출 정점 시기가 늦어 탄소중립 달성 기한이 상대적으로 촉박한 상황이다.

이미 주요 G20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0년 기준 영국은 2030년 감축 목표의 72.3%를 달성했으며, 유럽연합(EU)은 62.7%, 미국은 38.1%, 일본은 39.8% 달성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030년 감축 목표의 27.4%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2021년에는 온실가스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해 2030 감축 목표로부터 한 걸음 후퇴했다.

기후 대응 기금 역할 중요 이러한 상황을 대대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특히 기후 대응 기금 같은 공공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로, EU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후 위기 대응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공공기금 조성과 기후 금융 활성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후 대응 기금 규모는 지난해와 올해 약 2조 원대로, 국내총생산(GDP)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주요 국가들은 기후 대응에 대한 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U 산업 부문의 탄소저감 기술을 지원하는 혁신 기금만 해도 약 200억 유로로, EU GDP의 약 2~3%에 달한다. 일본 역시 우리와 기능이 유사한 ‘녹색혁신기금’에 약 2조 엔의 예산을 책정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GDP 차이는 약 3배인 데 반해, 기후 관련 기금은 8∼9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이다.

기후 대응 기금의 재원 지속성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기금의 주요 재원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유상 할당 수입 기금과 교통에너지환경세다. 배출권 매각 대금 수입에 따라 기금 규모가 변화무쌍해 기금 수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한다. 심지어 2020년 이후 한국의 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기후 대응 기금은 2023년 2조4914억 원에서 올해 2조1756억 원 규모로 오히려 축소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기금의 효과적 사용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특히 탄소중립기본법 제69조에 따라 기후 대응 기금이 기후 금융, 전환 금융, 녹색성장 촉진이라는 복합적 목적에 사용되고 있으며, 여러 부처의 각기 다른 사업이 혼재돼 기금 목적과 취지가 퇴색되고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주요 정당은 기후 위기 대응의 고삐를 당길 것을 천명하면서 기후 대응 기금 확대를 공약했다. 지금부터라도 기금의 운용 성과를 책임질 수 있는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기금 운용 지속성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경제 환경에 적합한 기금 운용 방안 및 절차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마련해나갈 것이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기후 위기 탈탄소 경제포럼 연구책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