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지금]루이비통 트렁크에 쇼메의 '에펠탑 메달'…패션 올림픽도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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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런던올림픽 때를 떠올려보자. 셰익스피어와 해리포터, 비틀즈, 007시리즈 등이 개폐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글로벌 스포츠 경연의 장(場)이 문화의 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런던이 대중문화의 위용을 과시했다면, 올해 파리올림픽에서 프랑스가 꺼내든 카드는 ‘명품 강국’이다. 128년 역사에서 ‘가장 럭셔리한 올림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루이비통 트렁크에 담긴 올림픽 메달 프랑스엔 셀 수 없이 많은 명품 브랜드가 있지만, 그 중 전 세계를 호령하는 명품 기업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다.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티파니앤코, 쇼메,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를 수십개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그룹이다. LVMH는 간판 브랜드 루이비통을 비롯해 쇼메, 벨루티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사 브랜드를 내세워 파리올림픽을 전방위 후원하고 있다.
루이비통의 뿌리는 여행용 트렁크다. 185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여행용 트렁크 전문 매장으로 시작한 루이비통은 차곡차곡 쌓기 좋게 만든 평평한 모양의 트렁크로 명성을 다지며 성장했다. 루이비통은 브랜드의 뿌리이자 위대한 유산인 트렁크를 올림픽 메달 운반용으로 특수 제작했다. 루이비통의 시그니처 패턴인 모노그램 캔버스, 다미에 캔버스를 사용했다. 시상대에 선 수상자들의 목에 걸어줄 메달을 담는 ‘메달 트레이’도 루이비통의 작품이다. 다미에 캔버스로 감싼 이 트레이는 가죽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매느 에루아르 지방의 볼리우 쉬르 라용 공방 소속 루이비통 장인들이 제작했다.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진 이 트레이에 메달이 2개에서 6개까지 담길 수 있다. 240년 역사 쇼메가 만든 '에펠탑' 메달
금·은·동 삼색의 메달은 LVMH 산하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가 맡는다. 쇼메는 1780년 설립돼 그 역사만 240년이 넘는 브랜드. 쇼메의 파리올림픽·패럴림픽 메달에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에 실제 사용됐던 철제 조각이 들어간다. 메달 뒷면 중앙에 부착된 육각형의 철제조각이 바로 그것이다. 1889년 건설 후 여러 차례 개·보수 작업을 거치면서 나온 에펠탑 조각을 육각형으로 다듬어 메달에 박았다. 육각형은 프랑스 국토 모양을 상징한다. 메달 앞면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을 따랐다. 그리스 아테네의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을 배경으로 승리의 여신 니케가 양각으로 새겨졌다. 515명의 메달 시상 자원봉사자들의 의상도 눈여겨보자. 폴로 셔츠와 가브로슈 모자는 LVMH 산하 브랜드에서 나온 자투리 천을 업사이클링한 섬유를 재료로 한다. 폴로 셔츠는 LVMH의 오랜 파트너사인 ‘듀발’이 제작했고, 바지는 LVMH이 2019년부터 함께 해온 비영리 단체 ‘라 파브리크 노마드’가 생산한다. 파리올림픽을 기념한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도 눈에 띈다. 1932년 LA올림픽 이후 92년간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시간 측정기)를 맡아온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는 파리올림픽을 위한 특별한 시계를 출시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제품은 금메달을 상징하는 금빛 베젤이 인상적이다.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에는 올림픽 대회를 뜻하는 금색, 검은색, 흰색이 사용됐다. 두 시계 모두 케이스백에는 올림픽 오륜기와 ‘PARIS 2024’ 문구가 새겨졌다.턱시도 연상되는 벨루티의 佛 유니폼 패션의 도시에서 열리는 올림픽 답게 각 나라 대표단의 유니폼은 패션쇼 런웨이를 방불케 한다. 프랑스의 대표팀이 개·폐회식 때 입을 단복을 만든 브랜드 역시 LVMH 소속 브랜드다. 189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탄생한 벨루티는 지난 20년 간의 올림픽 개회식에 참여한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단복을 디자인했다. 프랑스 국기의 상징색들이 쓰였는데, 블루 컬러를 바탕으로 화이트, 레드가 그라데이션으로 디자인됐다. 남성 선수는 미드나잇 블루 양털 턱시도, 여성 선수는 실크 바지나 스커트, 민소매 중 선택할 수 있다. 네이비 블루 색상의 운동화도 벨루티 제품. 프랑스 대표팀이 입을 1500벌의 유니폼을 만들기 위해 벨루티의 모든 전문 장인들이 동원됐다고.
시상대 위나 선수촌 내에서 입는 유니폼은 프랑스 스포츠 패션 브랜드 르꼬끄 스포르티브가 디자인했다. 140년 넘는 역사를 지난 브랜드다.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피갈의 설립자인 스테판 애시풀과 르꼬끄 스포르티브가 2년에 걸쳐 협업한 결과물이다. 청화 백자 도안 새긴 '무신사 단복'
한국 대표팀의 단복은 무신사의 자체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가 디자인했다. 동쪽을 상징하는 청색 중에서도 차분한 느낌이 강한 ‘벽청색’을 선택했다. 파리 현지의 무더운 날씨를 감안해 여름용 울소재로 만든 블레이저와 슬랙스 셋업이다. 블레이저 안감에는 청화 백자의 도안을 넣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벨트다. 전통 관복에서 허리에 두르던 ‘각대’를 재해석했다. IOC가 206개 올림픽 참가국 중 선정한 ‘베스트 단복 톱10’에 포함되기도 했다.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로 꼽히는 랄프로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꾸준히 미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후원하고 있다.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과 붉은색, 그리고 흰색이 조화롭게 쓰였다. 하의는 청바지다. 개막식에서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블레이저와 스트라이프 셔츠, 그리고 연한 색상의 청바지를 입고, 폐막식에서는 ‘USA’가 크게 인쇄된 모토사이클 재킷과 흰색 데님 팬츠를 입는다.캐나다의 단복은 국기를 모티브로 룰루레몬이 제작했다. 캐나다 국기를 상징하는 붉은 단풍잎을 현대적인 모자이크 패턴으로 재해석한 게 특징. 스포츠는 몰라도 패션과 명품에 관심이 있다면 개막식과 폐막식은 놓치지 말자.양지윤 기자
루이비통 트렁크에 담긴 올림픽 메달 프랑스엔 셀 수 없이 많은 명품 브랜드가 있지만, 그 중 전 세계를 호령하는 명품 기업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다.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티파니앤코, 쇼메,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를 수십개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그룹이다. LVMH는 간판 브랜드 루이비통을 비롯해 쇼메, 벨루티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사 브랜드를 내세워 파리올림픽을 전방위 후원하고 있다.
루이비통의 뿌리는 여행용 트렁크다. 185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여행용 트렁크 전문 매장으로 시작한 루이비통은 차곡차곡 쌓기 좋게 만든 평평한 모양의 트렁크로 명성을 다지며 성장했다. 루이비통은 브랜드의 뿌리이자 위대한 유산인 트렁크를 올림픽 메달 운반용으로 특수 제작했다. 루이비통의 시그니처 패턴인 모노그램 캔버스, 다미에 캔버스를 사용했다. 시상대에 선 수상자들의 목에 걸어줄 메달을 담는 ‘메달 트레이’도 루이비통의 작품이다. 다미에 캔버스로 감싼 이 트레이는 가죽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매느 에루아르 지방의 볼리우 쉬르 라용 공방 소속 루이비통 장인들이 제작했다.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진 이 트레이에 메달이 2개에서 6개까지 담길 수 있다. 240년 역사 쇼메가 만든 '에펠탑' 메달
금·은·동 삼색의 메달은 LVMH 산하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가 맡는다. 쇼메는 1780년 설립돼 그 역사만 240년이 넘는 브랜드. 쇼메의 파리올림픽·패럴림픽 메달에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에 실제 사용됐던 철제 조각이 들어간다. 메달 뒷면 중앙에 부착된 육각형의 철제조각이 바로 그것이다. 1889년 건설 후 여러 차례 개·보수 작업을 거치면서 나온 에펠탑 조각을 육각형으로 다듬어 메달에 박았다. 육각형은 프랑스 국토 모양을 상징한다. 메달 앞면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을 따랐다. 그리스 아테네의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을 배경으로 승리의 여신 니케가 양각으로 새겨졌다. 515명의 메달 시상 자원봉사자들의 의상도 눈여겨보자. 폴로 셔츠와 가브로슈 모자는 LVMH 산하 브랜드에서 나온 자투리 천을 업사이클링한 섬유를 재료로 한다. 폴로 셔츠는 LVMH의 오랜 파트너사인 ‘듀발’이 제작했고, 바지는 LVMH이 2019년부터 함께 해온 비영리 단체 ‘라 파브리크 노마드’가 생산한다. 파리올림픽을 기념한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도 눈에 띈다. 1932년 LA올림픽 이후 92년간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시간 측정기)를 맡아온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는 파리올림픽을 위한 특별한 시계를 출시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제품은 금메달을 상징하는 금빛 베젤이 인상적이다.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에는 올림픽 대회를 뜻하는 금색, 검은색, 흰색이 사용됐다. 두 시계 모두 케이스백에는 올림픽 오륜기와 ‘PARIS 2024’ 문구가 새겨졌다.턱시도 연상되는 벨루티의 佛 유니폼 패션의 도시에서 열리는 올림픽 답게 각 나라 대표단의 유니폼은 패션쇼 런웨이를 방불케 한다. 프랑스의 대표팀이 개·폐회식 때 입을 단복을 만든 브랜드 역시 LVMH 소속 브랜드다. 189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탄생한 벨루티는 지난 20년 간의 올림픽 개회식에 참여한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단복을 디자인했다. 프랑스 국기의 상징색들이 쓰였는데, 블루 컬러를 바탕으로 화이트, 레드가 그라데이션으로 디자인됐다. 남성 선수는 미드나잇 블루 양털 턱시도, 여성 선수는 실크 바지나 스커트, 민소매 중 선택할 수 있다. 네이비 블루 색상의 운동화도 벨루티 제품. 프랑스 대표팀이 입을 1500벌의 유니폼을 만들기 위해 벨루티의 모든 전문 장인들이 동원됐다고.
시상대 위나 선수촌 내에서 입는 유니폼은 프랑스 스포츠 패션 브랜드 르꼬끄 스포르티브가 디자인했다. 140년 넘는 역사를 지난 브랜드다.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피갈의 설립자인 스테판 애시풀과 르꼬끄 스포르티브가 2년에 걸쳐 협업한 결과물이다. 청화 백자 도안 새긴 '무신사 단복'
한국 대표팀의 단복은 무신사의 자체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가 디자인했다. 동쪽을 상징하는 청색 중에서도 차분한 느낌이 강한 ‘벽청색’을 선택했다. 파리 현지의 무더운 날씨를 감안해 여름용 울소재로 만든 블레이저와 슬랙스 셋업이다. 블레이저 안감에는 청화 백자의 도안을 넣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벨트다. 전통 관복에서 허리에 두르던 ‘각대’를 재해석했다. IOC가 206개 올림픽 참가국 중 선정한 ‘베스트 단복 톱10’에 포함되기도 했다.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로 꼽히는 랄프로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꾸준히 미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후원하고 있다.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과 붉은색, 그리고 흰색이 조화롭게 쓰였다. 하의는 청바지다. 개막식에서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블레이저와 스트라이프 셔츠, 그리고 연한 색상의 청바지를 입고, 폐막식에서는 ‘USA’가 크게 인쇄된 모토사이클 재킷과 흰색 데님 팬츠를 입는다.캐나다의 단복은 국기를 모티브로 룰루레몬이 제작했다. 캐나다 국기를 상징하는 붉은 단풍잎을 현대적인 모자이크 패턴으로 재해석한 게 특징. 스포츠는 몰라도 패션과 명품에 관심이 있다면 개막식과 폐막식은 놓치지 말자.양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