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찔렸어야 했나"…칼부림 현장서 도망간 여경 '항변'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1년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부실 대응으로 해임된 전직 여경이 법원에서 "피해자 대신 흉기에 찔렸어야 했느냐"고 항변해 항소심에서 되레 형량이 늘게 됐다.

25일 인천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이수민)는 이날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 와 20대 여성 B씨의 선고 공판에서 이들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아울러 1심에서 이들에게 부과된 사회봉사 120시간을 A씨는 400시간, B씨는 280시간으로 늘렸다.전직 경찰관인 A씨와 B씨는 각각 경위와 순경이던 지난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해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들은 사건 당시 빌라 4층에 거주하던 50대 남성C씨가 3층 주민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자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그 결과 피해자는 C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고 뇌수술을 받았다. 또 경찰관을 대신해서 가해자와 맞서 싸운 피해자의 남편과 딸은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A씨 등의 항소심을 심리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 현장을 이탈한 사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중한 상해를 입었다"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경찰관이면 가해자를 제지하고 피해자와 분리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A씨를 향해 "피고인은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빌라 밖으로 나갔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했다"며 B씨를 향해서도 "'피해자 대신 흉기에 찔렸어야 했느냐'면서 변명했다"고 꾸짖었다. 또한 "그 사이 피해자 가족들이 맨몸으로 가해자와 싸우다가 다쳤다. 피해자들은 싸우면서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고 묵묵하게 일하는 대다수 다른 경찰관들의 자긍심도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이 사건으로 경찰 조직에서 불명예 퇴직한 점, 사건 발생 당시 근무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B씨가 현재까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