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한 것 아니다, 코로나 때와 달라"…한은의 항변 [강진규의 BOK워치]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0.2%로 나온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해서 경기가 크게 악화했다거나, 우리 경제가 '망했다'는 식의 평가는 맞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때의 역성장과는 맥락이 다릅니다."

한국은행이 2분기 실질 GDP 속보치가 -0.2%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후 기자 설명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GDP가 역성장한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1분기 1.3%라는 고성장을 기록한 만큼 당연한 조정 국면이었다는 취지다. 신 국장은 2분기 이전에 역성장이 기록됐던 2022년 4분기와 비교해 설명했다. 2022년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5%였다. 신 국장은 "당시에는 IT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수출이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경기 하강 국면에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침체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올 2분기의 -0.2%는 성장국면에서 나타난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연간 성장률이 작년 1.4%에서 올해 2.5%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성장 국면에서 1분기 큰 폭의 상승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크게 악화했다거나 경제가 망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0.2%의 성장률이 나타나면서 한은의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한은은 2.9%를 예상했는데, 2.8%에 그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전망치를 하회했고, 건설투자는 소폭 높게 나왔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반도체 제조업체의 장비 투자 계획이 있었고, 항공기 도입도 예정돼있었지만 시점이 미뤄져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주로 해외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봤다. 반면 건설투자는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 가격이 높아진 점, 중개 수수료가 생산액으로 잡힌 점 등이 반영되면서 예상보다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향후 경제 흐름에 대해선 당초의 전망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봤다. 신 국장은 "상반기 성장률이 2.8%로 전망치 2.9%보다 낮지만, 하반기 성장률이 전망대로 2.2%를 기록하면 연간 성장률 2.5%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다소 완화되면서 내수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설비의 경우엔 지연된 투자가 3분기에는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2분기 역성장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기존에는 숫자만 제공하던 참고자료에 2분기 GDP의 주요 특징을 담았다. 핵심은 2분기 GDP가 전기대비로는 0.2%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2.3%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상반기 성장률 2.8%가 2022년 상반기 3.2% 이후 최고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양호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안정되면 내수도 완만히 회복되고 연간으로는 5월 전망(2.5%)에 대체로 부합하는 성장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