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무려 2만원"…닭값 내렸다는데 삼계탕 가격은 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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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 앞두고 닭 도매가 전년비 24%↓"원래 삼계탕이 다른 음식보다 비쌌다는 걸 감안해도 한 그릇에 2만원이면 부담되긴 하죠."
삼계탕 가격은 올해 1만7000원대 '육박'
"닭 제외한 찹쌀 등 다른 주재료값 상승"
"가게마다 실제 납품가 편차 가능성도"
25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의 유명 삼계탕집 토속촌 앞 대기 줄에 서 있던 50대 직장인 오모 씨는 "매년 복날엔 삼계탕을 챙겨 먹고 있지만, 몇 년 새 가격이 꽤 오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이날 비가 간간이 쏟아지는 날씨에도 중복(中伏)을 맞아 가게는 삼계탕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본관과 별관이 꽉 차 가게 밖엔 긴 줄까지 늘어섰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소비자들은 가격표를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다. 삼계탕 가격은 한 그릇에 2만원. 산삼 등 다른 보양 재료를 추가한 삼계탕은 2만6000원이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부쩍 비싸진 삼계탕 가격이 부담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닭 도매가격은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는데도 서울 시내 삼계탕 가격은 석 달째 1만7000원 가까운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닭 도매가격 전년비 24% 떨어졌는데
서울 시내 삼계탕값은 '2만원' 육박해
축산물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닭 유통가격(도매)은 3009원으로 두 달 전 대비 12%가량 내렸다. 작년 같은 달(3954원)과 비교하면 무려 24%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매년 여름철이면 유통가격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공급량이 늘면서 그 하락폭이 큰 편이다.주재료인 닭 가격 하락에도 여전히 시중 삼계탕 가격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시내 삼계탕 가격은 지난달 1만6885원으로 석 달째 1만7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 같은 달(1만6423원)과 비교하면 3%가량 오른 가격이다.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시내 유명 삼계탕집은 가격이 이미 2만원대에 올라섰다. 작년 7월 토속촌이 기존 1만9000원에서 2만원으로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고려삼계탕도 올해부터 2000원 올린 2만원에 삼계탕을 판매하고 있다. 논현삼계탕도 지난달부터 삼계탕 가격을 1000원 인상해 1만8000원이다. 이 같은 유명 식당이 아니더라도 보통 1만6000원~1만8000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있다.40대 장모씨는 "원래 닭 요리를 좋아해서 꼭 복날이 아니더라도 삼계탕을 자주 사먹는 편"이라며 "몇 년 전까진 동네에서 1만5000원대가 일반적이었던 것 같은데 이젠 기본적으로 1만6000원 이상은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소비자들이 삼계탕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업주들은 다른 주재료 가격이 뛰면서 원가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25년째 삼계탕집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삼계탕에서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게 닭, 찹쌀, 인삼인데 닭 빼고 다 올랐다"며 "특히 직접 떼오고 있는 인삼은 연초 대비 30%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4일 기준 찹쌀(중도매 기준·40kg) 가격은 11만5200원으로, 전년 평균 대비 14.5% 올랐다. 인삼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충남 금산군 인삼가격정보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달 27일 기준 수삼 가격은 10뿌리당 3만40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00원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 22일 가격(2만7000원)과 비교하면 25.9% 인상된 수치다.인건비도 원가가 오르는 요인 중 하나다. 올해 최저시급은 작년 대비 2.5% 오른 9680원으로, 최근 4년간 약 17%가량 올랐다. 심지어 내년 최저임금은 최초로 1만원을 돌파해 1만30원으로 확정된 상황이다.이 업주는 "지금 가게에서 쓰는 고정 직원만 4명이다. 삼계탕이란 음식이 조리 과정에서 품이 많이 들고, 용기도 무겁다 보니 한두 명 아르바이트생으론 유지가 어렵다"며 "인건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다들 음식 가격이 비싸졌다고만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거래처는 고정된 가격으로 복날에 앞서서 대량으로 납품 계약을 맺고, 작은 가게의 경우 도매상이 복날 수요에 맞춰 개별적으로 마진을 더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