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최근 외환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세가지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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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도 원/달러 환율은 하방 경직 지속

최근 원/달러 환율은 특별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1,380원대 중후반대에서 등락을 보이는 모습이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90%를 훌쩍 넘긴 상황에서 OIS선도금리는 남아있는 올해 연준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하까지를 반영하고 있다. 당장 이번주에는 25일 미국 2/4분기 실질 GDP 성장률, 그리고 26일에 PCE물가가 발표될 예정이다. 금번 2/4분기 미국 GDP성장률은 시장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2%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지난 1분기(1.4%)보다는 높아지는 그림이다. 그리고 6월 PCE 물가는 헤드라인이 2.6%, 그리고 근원(core)값은 2.7% 정도로 헤드라인과 근원물가가 모두 5월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성장률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안정적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계속해서 지지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1,38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천정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외환시장의 변수들을 살펴보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막연하게 가져가기에는 부담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엔화 강세는 원/달러 하락 압력으로이어지지 않을 가능성

첫번째 이슈는 일본 엔화 관련이다. 최근 엔/달러 환율의 경우 160엔을 상회했던 엔화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 154~155엔까지 내려오면서 달러 대비 엔화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엔화의 강세 반전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엔화와 원화의 동조화 관계가 깨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동아시아 커런시들의 동조화가 구조적으로 깨지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6월 이후 엔/달러 환율이 154엔부터 160엔까지 치솟았던 구간에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스프레드(10y)에 비해 과도하게 빨랐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최근에 엔/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내려오는 현상은 이런 과도했던 속도가 되돌려지는 과정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금리 스프레드를 고려하면 엔/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이 조금 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과정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함께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전이되는 효과는 과거보다 제한적일 전망

두번째 이슈는 중국 위안화 문제를 들 수 있다. 중국이 5개월만에 대출우대금리를 또 인하하면서 위안화 약세를 자극하는 상황이다. 한국 원화는 외환시장에서 외국인들에게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사용된다는 특성때문에 위안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요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위안화 약세 흐름은 내외금리차 확대로 인한 절하 압력보다는 중국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 내수 부진, 마켓 거버넌스 등과 같은 중국 내부적인 이슈로 인해 절하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게 조금 더 현실에 부합하는 설명이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최근 위안화는 중국과 미국의 내외금리차 확대로 인한 위안화 절하 압력보다는 중국 내부 문제로 인한 위안화 약세 압력이 더 큰 상황으로 보여, 과거처럼 위안화 약세가 원화 절하로 이어지는 전이 효과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외환시장의 시계(視界)는 더욱 혼탁해질 전망

마지막 세번째 이슈는 미국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변동성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레이스를 포기하고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감세와 관세 부과 등으로 달러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트럼프가 과거에 추진했던, 혹은 이번에 집권 후 추진하려는 정책들은 미국의 장기금리를 높이면서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 있는 성격들의 정책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강달러를 반대하고 있으니, 논리적으로는 양립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과거 그의 언행들을 보면 이런 과정에 대한 특별한 고민과 정책적 대안이 녹아있지 않았던 만큼, 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외환시장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가 앞서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그의 정책들이 강달러 현상을 유발하게 된다면, 아마도 정치적 노이즈가 강화되는 형식으로 트럼프의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표적으로 미국 재무부가 보고서를 통해 발표하는 환율조작국 또는 환율관찰국을 지정한다던지, 그것들을 지정하기 위한 요건을 완화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Non US 커런시에 대한 공격, 특히 중국을 겨냥한 경제 공격의 형식을 띈 정치적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들은 외환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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