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 믿고 있다가…루이비통도 포르쉐도 '초유의 상황'

[차이나 리스크 빠진 유럽 경제]

프랑스 명품도, 독일 자동차도
높은 중국 의존도 '독' 됐다

케링 2분기 아시아태평양 매출 25% 급감
LVMH, 엔 약세에 日 매출 올랐지만 14% 감소
독일은 자동차 수출 약세에 제조업 경기 침체
"ECB 금리 인하에도 기업·고용 성장 멈춰"
중국 베이징 한 쇼핑가에 있는 명품 브랜드 '코치' 매장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최근 중국 경기 부진으로 인해 중국 내 명품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10월 19일 모습. /로이터
유럽 경제가 '차이나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케링,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등 프랑스 명품기업 매출이 급락했고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제조업계도 부진에 빠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中 명품열기 식자 케링, LVMH '울상'

구찌, 생로랑 등을 보유한 명품그룹 케링은 24일(현지시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일기준 대비 18% 감소한 90억유로(약 13조5000억원)라고 발표했다. 반복영업이익(일회성 비용·비정상적 항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42% 감소한 16억유로로 집계됐다. 매출 감소는 중국 내 명품 열기가 죽은 영향이 컸다. 케링은 "아시아 태평양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2분기 매출은 북미 지역에서 11%, 서유럽에서 8% 감소했고 일본에서 27%,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5% 줄었다. 이날 케링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4.54% 하락한 300.6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LVMH가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적 역시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LVMH의 기업 인수·매각, 환율 등 변수를 제외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늘어난 209억8000만유로(약 31조5180억원)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인 228억달러를 밑돌았다.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14% 감소했다. 이 역시 중국 국내 매출 부진을 일본 매출이 상쇄한 결과다. 엔화 약세에 중국인 등 해외 여행객이 자국이 아닌 일본에서 LVMH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장 자크 귀에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러한 변화가 그룹의 수입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LVMH 주가는 이틀간 4.72% 빠져 659.4유로에 장을 마감했다. 스위스 시계 제조사 스와치그룹의 상반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한 45억5000만스위스프랑(약 7조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그룹 CEO는 지난 1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 민감해졌다"고 말했다.

포르쉐도 '차이나 리스크'에 전망 하향

독일 제조업 역시 중국 전기차 수요 둔화·관세 전쟁 등의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독일 경제의 침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회원국)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날 S&P글로벌과 함부르크상업은행이 발표한 독일 7월 합성 PMI 예비치는 전월 50.4에서 4개월만의 최저치인 48.7로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인 50.7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활성화, 미만은 경기 위축을 뜻하는 선행지표다.

독일 제조업 역시 차이나 리스크를 정통으로 맞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계열사인 포르쉐는 지난 22일 올해 매출 전망치를 기존 400억~420억유로에서 390억~400억유로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 내 주요 시설이 침수돼 발생한 알루미늄 공급 차질과 중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가 그 이유다. 포르쉐는 지난 20일 중국 지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포르쉐의 전기차 마칸 터보가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 '오토 차이나 2024' 부스에 전시돼있다. /로이터
폭스바겐은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2%에 달한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 매출 비중도 각각 35%로 중국 수요 둔화는 매출과 직결된다. 사이러스 루비아 함부르크상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는 제조업 생산의 가파르고 급격한 감소로 인해 다시 위축 영역으로 떨어졌다"라며 "이 부문이 글로벌 경제 환경 개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경기 침체는 유로존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S&P글로벌이 발표한 7월 유로존 복합 PMI는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50.1로 집계됐다.

S&P글로벌은 "지난달 ECB가 5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라며 "기업 활동과 고용 성장이 거의 멈춘 상태라는 징후도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