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은 싫다"…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캔버스 위로 옮기는 '실험의 작가'가 떴다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
김형수 개인전 운동繪
김형수, 운동경기, 2023
인간이 카메라보다 더 정확히 무언가를 재현할 수 있을까. 사진이 나타난 이후 인간은 재현의 영역에서 한 발 뒤쳐졌다. 인간의 능력으로 완벽한 재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따라 그리는 것이 곧 화가의 능력이라던 것도 이제 역사 속 이야기가 됐다.김형수 작가는 인간이 가진 재현의 한계를 창조의 기회로 바라봤다. 작가 김형수가 포착한 기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운동繪(회)'를 통해서다.

김형수의 작업은 영상 등 움직이는 미디어 작업을 회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짧은 영상 작품을 캔버스 위에 옮기는 작업이다. 움직이는 물체를 멈춰 있는 그림으로 옮기며 시간도 회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미술의 역사에서 재현의 역할이 이미 사진기에 의해 대체되었다"며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건 속에서 재현은 관습적이고 판에 박힌 형식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김형수, 꽃 피는 정원, 2022
모더니즘 작가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는 그가 미디어와 영상을 기반으로 작업을 펼친 데에는 그의 대학시절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대학원에서는 만화를 전공한 '만화 학도'였다. 움직이는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게 된 데에도 이 경험이 바탕이 됐다. 산업계도 그의 실험적 예술성을 알아봤다. 삼성전자는 2017년 출시했던 휴대폰 '노트 8'에 그의 일러스트와 포토드로잉을 삽입하기도 했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