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 더위에 '도깨비 소나기'까지…시민들 "예보도 의미 없어"

'스콜'처럼 쏟아졌다 그쳤다 오락가락…"습도 높아 어항 속 사는 기분"
서울 전역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25일 오후 곳곳에선 갑작스러운 소나기까지 쏟아지면서 시민들을 당혹케 했다. 특히 점심 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직장인들은 무방비 상태로 비를 맞거나 급히 인근 건물 안으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마포구 공덕동에서 일하는 직장인 조모(29)씨는 "점심을 먹고 들어가던 중 비가 와서 카페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탈출했다"며 "비를 맞아 머리도 재단장했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어항 속에서 사는 기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요즘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우니 일기예보를 보더라도 의미가 없어서 비가 안 오면 감사한 것이고, 우산을 들고 있을 때 비가 오면 다행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최모(31)씨는 "갑작스러운 비에 점심 식사와 후식 커피까지 다 시청역 지하상가에서 해결해야 했다"며 "오늘은 평소보다 상가 내 음식점이 더 직장인들로 '바글바글'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소나기에 점심시간을 망쳤다는 게시물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X(옛 트위터)에는 "밥 먹고 나오는데 스콜이 쏟아져 쫄딱 젖었다", "소나기로 샤워를 했다" 등 당황한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소나기 예보에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가 뜨거운 햇볕에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걷는 이들도 있었다.

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혀를 내둘렀다. 마포구 상암동의 한 회사에 다니는 정모(26)씨는 "인근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는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비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데 오히려 나는 너무 화창해서 우산을 들고 온 의미가 없었다"며 "아침 출근길에 우산을 가지러 집에 다시 갔다 오느라 지각할 뻔했는데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이모(25)씨는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그냥 우산을 필수로 들고 다닌다"며 "오늘처럼 비가 오면 우산으로 쓰고, 그치면 양산으로 쓴다"고 '해탈'한 듯 웃기도 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점심을 먹으러 들어갈 때는 날이 맑다가 밥을 먹고 나오니 땅이 젖어 있더라. 습도가 높아져 더 더운 것 같다"며 "이러다 동남아시아 '스콜'처럼 급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리다 그쳤다 하는 게 우리나라 여름 날씨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안팎의 매우 강한 소나기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에는 5∼40㎜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기온은 일시적으로 내려가겠지만 그친 뒤에는 기온이 다시 오르고 습도가 더 높아져 무덥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