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전쟁…野 방송4법 강행에 與 '4박5일 필리버스터'

아수라장 된 본회의

공영방송 이사확대 법안 상정
與 "방송 영구 장악 노림수"
법안당 24시간 무제한 토론

野, 방문진 이사 선임 막으려
방통위장 직무대행도 탄핵추진
이상인, 26일 자진 사퇴할 듯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4법’과 관련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야당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가 여야 간 ‘공영방송 전쟁’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 강행 처리 절차에 들어갔고,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이날부터 4박5일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이 본회의 직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양당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이 부위원장은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26일 자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는 일시적으로 모든 상임위원이 공석인 사상 초유의 ‘0인 체제’가 된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들어간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본회의에서 방송4법 처리를 강행하면 한 개 법안에 24시간씩 총 닷새간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방송4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이다.

방송3법은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도 추천권을 준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친야권 성향 인사를 공영방송 이사진에 포진시켜 방송을 영구 장악하기 위한 노림수라며 반대하고 있다. 당장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여권 우위로 바뀌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방통위법에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연 것은 3일 해병대원 특검법이 상정된 본회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필리버스터가 되풀이되면서 국민의힘 의원의 전략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야의 입법 강행을 막아낼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22대 국회 내내 필리버스터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장시간 토론에 나서야 하는 만큼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챗GPT를 유료 결제해 연설이나 필리버스터 연습용 문장을 만들어보는 의원도 있다”고 전했다.이 부위원장은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자진 사퇴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본회의 보고 직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이 부위원장은 이를 고려해 26일께 사퇴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부위원장은 상임위원직인 만큼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없이 후임을 곧바로 임명할 수 있다.

이 부위원장은 야당의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에 따른 위원장 공석 때마다 직무대행을 수행해왔다. 민주당이 이 부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한 배경으론 윤 대통령이 이진숙 후보자를 임명하더라도 방문진 이사진을 선임할 수 없도록 최대한 일정을 지연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부위원장 탄핵 이유에 대해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의결을 강행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성수/정소람/정상원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