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는 철부지"…다시 시작된 美 대선 'SNS 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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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 'Z세대 밈' 물결 올라타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SNS를 통해 Z세대(1996~2010년생)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젊고 반항적인 이미지가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족했던 에너지를 대선 캠페인에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카멀라는 철부지" "코코넛 나무" 밈 인기 급증
바이든 사퇴 후 신규 유권자 중 83%가 18~34세
"Z세대에 호소…고령 유권자에 불쾌감 줄 수도"
"카멀라는 철부지" "코코넛 나무" 밈 급증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틱톡과 X(옛 트위터) 등 SNS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밈(meme·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행하는 이미지와 영상)이 제작돼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주로 해리스 부통령이 호탕하게 웃는 모습과 흥겹게 춤추는 모습,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FT의 분석 결과, 한 달 동안 틱톡에서 '카멀라 해리스'의 언급량은 4.5배 넘게 급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대안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가장 인기 있는 밈 중 하나는 해리스 부통령을 '철부지'(brat)라고 표현한 이미지와 영상이다. 'brat'은 버릇없다는 의미의 '철부지'로 해석되는데 최근 이 단어가 SNS에서 카멀라 부통령의 반항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 59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와 최초의 흑인(아프리카·아시아계) 여성 대통령 후보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코코넛 나무'라는 단어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기 위한 밈으로 자주 쓰이고 있다. 작년 5월 해리스 부통령은 히스패닉계 미국인을 위한 교육 형평성을 위해 백악관에서 연설하던 중 "너희들이 그냥 코코넛 나무에서 뚝 떨어졌다고 생각하니?"라고 묻던 어머니의 말을 인용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젊은 세대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기존 세대와 연결돼 있다는 뜻이었다. 미국에서 코코넛은 아프리카·아시아계 미국인을 뜻한다. 겉은 갈색이지만 속은 하얗다는 코코넛의 특성 때문이다.
Z세대서 인기 폭발…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나
민주당은 이 같은 긍정적인 밈이 바이든 대통령이 끌어들이지 못했던 젊은 유권자들을 해리스 부통령이 포섭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앤주안 시라이트 민주당 전략가는 "젊은 유권자는 이 캠페인이 살아 숨 쉬는 데 필요한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에너지와 관심, 참여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SNS상에서 나타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관심은 실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권자 등록사이트(Vote·org)는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에서 사퇴한 후 48시간 동안 등록한 신규 유권자 4만명 중 83%가 18~34세라고 밝혔다.
Z세대 정치활동 단체인 '내일의 유권자들'(Voters of Tomorrow)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지난 두 달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지부 가입자를 확보했다"며 "지난 21일 모금 행사에서 기부자로부터 사상 최대 금액인 12만5000달러(약 1억7300만원)가량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SNS서 여전히 높은 '트럼프의 벽'
그러나 SNS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량을 해리스 부통령이 따라잡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올린 틱톡 게시물 5개는 낮게는 300만에서 높게는 1억64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올린 게시물은 평균 조회수가 33만 회에 불과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세 개의 계정으로 더 자주 게시물을 올렸지만 트럼프 대통령 계정의 인기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FT는 해리스 부통령이 밈을 이용해 Z세대 감성에 호소하는 모습이 고령 유권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