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옐로페이스·마음의 왕자

▲ 옐로페이스 = R.F. 쿠앙 지음. 신혜연 옮김
준은 같은 예일대 출신에 작가라는 공통점으로 아테나와 가깝게 지내지만 둘은 너무도 다른 처지다.

중국계인 아테나는 탁월한 글쓰기 재능은 물론 큰 키에 날씬한 체형, 우아한 자태 등 뛰어난 외모로 단숨에 출판계의 스타로 떠오른 유명 작가다. 반대로 준은 아무리 애써도 작가로 주목받지도 못한데다 갈색 눈과 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평범한 백인 여성 작가다.

준은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아테나를 질투한다.

그런데 어느날 아테나의 넷플릭스 판권 계약을 축하하는 둘만의 술자리에서 그만 아테나가 팬케이크를 먹다가 질식해 죽어버린다. 그리고 준은 아테나의 미발표 소설 원고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버린다.

소설 '옐로페이스'는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을 받으며 영미권의 주목받는 신예작가로 떠오른 R.F. 쿠앙의 문제작이다.

제목으로 쓴 옐로페이스는 백인이 동양인을 흉내 내기 위해 용모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무대 분장에서 유래된 말로, 아시아인을 희화화하는 인종차별적 문화 행위를 뜻한다. 작가는 인종차별과 역차별의 문제는 물론, 미국의 출판산업과 예술계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창조와 표절, 예술의 상품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문제 등 현실의 여러 문제를 전복적 상상력으로 창조적으로 비틀고 예리하게 풍자한다.

문학사상. 444쪽.
▲ 마음의 왕자 =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소설 '인간 실격'을 쓴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산문집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불안하고 고독했던 청춘의 화신이자 전후(戰後) 일본 사회의 황폐한 정신세계를 온몸으로 체현했던 작가였다.

작가의 문학과 삶의 모습이 오롯이 담긴 산문 46편에는 그동안 그에게 붙어 있던 '데카당스'(퇴폐주의)라는 꼬리표를 떼고 생활과 문학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인간 다자이 오사무의 맨얼굴과 목소리가 담겼다.

고향에서 대도시 도쿄로 상경한 시골뜨기의 불안함, 부잣집 도련님으로서의 부채감, 낯선 이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기묘한 애정, 죽고 싶지는 않지만 더는 살아갈 수 없는 자의 우수, 기성 문단에 대한 혐오와 성공에의 갈망 등이 절절하게 펼쳐진다.

문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고 다자이는 말한다.

"'정성을 다한다'고 말한들, 자네들은 이해 못 할지도 모르지. (중략) 작자의 '그 '정성을 다한다'가 독자에게 통했을 때, 문학의 영원성이라든가 혹은 문학의 고마움이라든가 기쁨이라든가, 그러한 것이 비로소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
민음사. 28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