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북대병원 무기한 휴진 첫날…교수 40%가량 휴진

"필수의료 유지해 큰 혼란은 없어…내주 진료 재조정 형태로 전환될 듯"
의정 갈등 장기화에 환자들 불안 고조…병원은 사실상 비상 경영체제
"환자가 없는 금요일이라도 이렇게 한가하지는 않았어요. 빈자리 없이 환자들로 가득 찼던 병원이었는데…"
충북 유일 상급 종합병원인 충북대학교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26일 오전.
이 병원 1층 본관 로비에서 접수 업무를 도와주는 김모(66) 씨가 텅 빈 환자 대기석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7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는 한두 명만 앉아 있었고 환자들로 북적였을 12개 접수·수납창구는 몇몇 직원들만이 안내하는 등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기자 0명이 표시된 접수 안내 전광판을 본 이씨는 "평소라면 대기 인원이 20명 정도 된다"며 "휴진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들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이날부터 자율 형태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비응급 수술과 외래진료는 당분간 중단하는 방식으로 휴진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휴진을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아 일주일 정도 지속 후 진료 재조정 형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병원에서 오전 진료를 보는 교수 37명 중 15명은 휴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시간대에는 22명 중 13명이 진료를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응급실·중환자실·투석실·분만실 등 필수 의료 분야는 유지하고 있어 진료에는 큰 차질이 없어 보였다.

이 병원 다른 건물에 마련된 암센터 혈액종양내과는 30명 안팎의 대기 환자들로 다소 붐볐고, 안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진료과는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를 맞았다. 신경외과에서 만난 한 간호사는 "무기한 휴진 전과 후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유가 되면 외래 환자도 받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서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보러 온 환자의 보호자 윤모(55) 씨는 "진료를 봤다고 해서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쌓여 다음부터 치료받지 못할까 봐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내분비내과를 방문한 고모(70대) 씨는 "오늘은 예약 진료를 받으러 온 거라 불편한 건 없는데 막상 썰렁한 병원을 눈으로 보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환자는 의사만 믿고 바라보고 있는데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료 건수가 줄어들면서 병원 재정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난 2월 20일 이래 충북대병원 월평균 수익은 25% 감소했다.

병원 측은 앞서 상반기 운영자금으로 500억원을 차입한 데 이어 하반기 자금 추가 차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직원 무급휴가 권장·운영비 감축 등 사실상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