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만한 실적 나와야"…美 FOMC가 분위기 바꿀까 [주간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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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회의론 부상에…열기 식은 실적시즌2분기 실적시즌에 들어섰지만 증시 투자심리가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에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한국에선 인공지능(AI) 테마를 이끈 SK하이닉스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막대한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면서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 2022년 10월 이후 최저수준”
미국 FOMC가 긍정적 영향 줄지 여부엔 전망 갈려
이번주(7월29일~8월2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정도의 ‘깜짝 실적’이 등장해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달 1일 결과가 나올 미국 중앙은행(Fed)의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분위기를 바꿀지 주목된다.28일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로 2630~2780을 제시했다. 지난 26일 종가(2731.90)와 비교해 아래쪽으로 무게가 실린 예상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런 우려는 2분기 알파벳 실적 발표 이후의 주가 반응에서 잘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 847억달러(약 117조4200억원), 주당순이익(EPS) 1.89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EPS 모두 시장 예상치(매출 842억달러, EPS 1.84달러)를 웃돌았지만, 실적 발표 다음날 5% 넘게 급락했다. 컨퍼런스콜에서 AI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올 시점의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하면서다.김영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테크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을 덜어내는 과정이 더 진행될 수 있다”며 “AI와 관련된 핵심 제품(Key-Product)가 당장 출시되지 않는 한 드라마틱한 반전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 몇분기 동안 호실적 행진을 해온 터라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도 시원찮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평소보다 일찍 시작된 미국 대선 국면의 여파가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후퇴시켰고, 실적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차익실현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대를 압도하는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추가 하락도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주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30일), 메타플랫폼스(31일), 애플·아마존·인텔(8월1일)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한국에서는 한국항공우주(29일), 에코프로그룹주·삼성SDI(30일),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31일), SK이노베이션(8월1일), 한화·금호석유(8월2일)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실적시즌의 분위기는 어둡지만, 주가가 조정받으면서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2배(25일 종가 기준) 수준으로, 지수가 2150~2200 사이에서 움직인 2022년 10월 이후 최저치”라며 “예상보다 낙폭이 컸지만, 단기적인 언더슈팅(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는 현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분위기 반전의 실마리가 거시경제 이벤트에서 나타날지 이목이 쏠린다. 이경민 연구원은 “오는 31일 일본 중앙은행(BOJ) 통화정책회의, 다음달 1일 미 Fed의 FOMC 회의를 지나며 코스피의 분위기 반전이 가시화될 전망”이라며 “단기 낙폭과대주 중심의 트레이딩 강화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BOJ 회의에서는 최근 가팔랐던 엔화 강세를 진정시킬 만한 정책이나 언급이, FOMC 회의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언급이 각각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강진혁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에 호재가 아닐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최근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7월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을 언급하며 강 연구원은 “7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경기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달성 실패를 시사하는 것”이라며 “이번 FOMC 회의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횟수보다 Fed의 경기 평가 방향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