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아니면 누가 대권 할 건데?"…친한계의 자신감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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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차기 대권 선두로 치고 나선 한동훈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압도적으로 당권을 잡아내면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한 분위기다. 벌써 여권에서는 '적수(敵手)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년 1개월 성적표'에 안착 여부 갈릴 듯
다만 대권까지 이 기류를 이어가기 위해선 약 1년 1개월간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될 난관들이 좀처럼 만만치 않아, 이를 얼마나 잘 헤쳐 나가느냐가 한 대표의 안착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한 대표는 지난 23일 제4차 전당대회에서 62.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동안 경쟁 후보 캠프에서 나온 "바닥 민심은 다르다", "여론조사와 실제 당심은 다르다"는 예상을 완벽하게 깨트리고,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구호를 현실화한 것이다.
또 이번 전당대회는 당을 좌지우지해왔던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더 이상 당심이나 민심을 앞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실히 드러난 당심과 민심을 이제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아울러 총선 참패 후 흔들릴 뻔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당권 도전으로써 공고히 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른 관계자는 "당초 한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설이 돌았을 때만 하더라도, 전당대회가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등판해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그런데 이번 압승으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했다.정치권에서 한 대표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당헌·당규 개정이 없는 한 내년 9월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따라서 1년 1개월 남짓한 기간 한 대표가 당내에서 얼마만큼 입지를 잘 다지느냐가 대권주자로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기간 한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크게 △야당의 특검 공세 방어 △원외 당 대표 한계 극복 △수평적 당정 관계 구축 세 가지로 추려진다.
현재 여권에서는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윤석열·김건희 쌍 특검' 등 여러 특검을 탄핵 소추나 조기 대선의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한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 도입 의사를 밝힌 바 있어, 향후 한 대표의 결단에 당내 촉각이 곤두서있다.한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의 탄핵이나 조기 대선 의도가 다분한 특검을 한 대표가 잘 방어해내는 게 그가 대권주자로 갈 수 있는 길"이라며 "제3자 추천 특검을 윤 대통령 레임덕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다만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한 대표가 야당의 정권 발목 잡기, 훼방 놓기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 국민적 의혹이 있고, 여야 합의가 이뤄진다면 민심에 따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이라고 했다.원외 당 대표로서 108명의 의원을 상대로 굳건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졌다. 거대 야당에 맞서 당내 '단일대오' 유지에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 일각에서는 전당대회까지는 한 대표의 인물이 일으킨 '바람'이 작용했다면, 지금부터가 진짜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줄 때라는 평가가 나온다.당정 관계 재정립 과제 역시 원내 리더십 확보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관측이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한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가 파탄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파다했는데, 한 대표가 결과적으로 당정 관계를 잘 구축하고 거야를 잘 막아낸다면 원외 당 대표로서도 충분히 원내 리더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대표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한 대표를 미래주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흔들 수 없을 것"이라며 "한동훈이 흔들리면 대권을 누가 할 거냐"고 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를 가장 유력한 여권 차기로 보냐'는 물음에 "그렇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표가 됐다는 것은 여당으로서 가장 희망적이고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