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플랫폼 시대, 근로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제3의 영역' 인정해야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더라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면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냐 아니냐 하는 소위 ‘근로자성’은 첨예한 논란거리다.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을 비롯해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보호 대상이 된다. 근로자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의 플랫폼 생태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신종·특수 환경의 다양한 노동 형태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만 하더라도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만큼 사용·종속관계나 인적 종속성이 약해지고, 노동 형태도 가변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법체계로 보면 근로자성과 사용자성 간 모호한 경계에 놓인 사람이 많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플랫폼 종사자는 약 80만 명으로 1년 새 20.3%나 늘어났다.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에서 독립 계약자 역할을 수행하는 종사자를 근로자와 자영업자라는 경직된 이분법 잣대로 구분하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다. 1990년대 후반의 특수형태 고용직부터 플랫폼 종사자까지 근로자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갈수록 증폭되고, 판단도 오락가락하는 이유다.

이런 배경에는 시대와 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회의 직무 유기가 있다. 공장 노동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굴뚝 시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형태의 노무를 전통적인 근로·노동관계법 틀에 맞춰 무리하게 재단하려다 보니 문제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근로자와 자영업자 간 ‘제3의 영역’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에 별도의 규정을 신설하는 등 보완 입법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플랫폼 종사자에게 ‘제3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사용자와 종사자 모두 보호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