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로 환류하는 엔화…글로벌 자산시장 출렁
입력
수정
지면A8
엔 쇼트스퀴즈 움직임엔화가 눈에 띄게 강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을 흔들고 있다. 일본 증시는 물론 위안화, 금, 비트코인까지 영향권에 들어왔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광범위하게 청산되며 대규모 디레버리징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이달 말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美·日 금리차이 축소 기대에
엔화 가치 상승세로 돌아서
닛케이 8 거래일째 떨어지고
금·비트코인도 하락세로
○“엔 쇼트스퀴즈 … 광범위 청산”
26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3.4엔을 기록했다. 전날 최저치인 달러당 151.9엔보다는 소폭 올랐지만, 연중 최고치인 지난 3일(달러당 161.9엔)과 비교하면 8.5엔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금리 차이가 축소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커진 결과다.엔고는 통상 일본 수출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에 따라 닛케이지수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0.53% 하락한 37,667.4에 마감했다. 8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닛케이지수는 11일만 해도 42,224.0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보름 만에 10% 넘게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는 한 달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전날 중국 인민은행이 단기 정책 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연 2.5%에서 연 2.3%로 인하했음에도 달러 대비 역외 위안 가치는 0.4% 올랐다. 엔화 강세 영향이라는 게 블룸버그 분석이다.반면 호주 달러와 멕시코 페소화는 매도세가 강해졌다. 블룸버그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며 호주 달러 등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멕시코 페소, 호주 달러 등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이뤄져 왔는데, 미·일 금리 차이 축소 전망 속에 이런 흐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금과 비트코인도 엔저를 이용한 기존 레버리지 베팅에 재평가가 시작되면서 하락하고 있다. 카일 로다 캐피털닷컴 선임 애널리스트는 “엔화에 대한 쇼트스퀴즈에 따라 레버리지를 줄이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시장 전반에 광범위한 청산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쇼트스퀴즈는 자산 가격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투자자가 가격 상승 때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해당 자산을 사는 일을 말한다.
○다음주 미·일 통화정책회의 주목
일본은행은 오는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크리스 터너 ING 전략가는 “향후 며칠간 나올 지표와 이벤트는 엔·달러 환율에 추가 하방(엔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일본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우선 장기 국채 매입 감축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 회의에서 그동안 매달 6조엔 수준이던 장기 국채 매입을 줄인다는 원칙을 정했다. 금융시장 의견을 들은 뒤 감축 규모를 정해 7월 회의 이후 실행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일본은행의 장기 국채 매입 규모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장기 국채 매입액을 향후 1~2년간 단계적으로 2조~4조엔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 때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퍼지고 있다. 엔화 약세가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추가 금리 인상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연 -0.1%였던 금리를 연 0~0.1%로 인상한 뒤 3개월간 동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추가 인상 땐 금리를 연 0.25%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일본 기업은 장기 금리 상승을 염두에 두고 미리 자금을 조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6월 일본 공모 회사채 발행은 123개 회사, 7조3809억엔으로 역대 상반기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Fed가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달에 신호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 엔화는 힘이 빠지게 된다. 일본은행 역시 당장 금리를 올리면 부진한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