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사이언스] 원자핵이 합쳐지는데 왜 전기가 생길까

'1조2천억원 예비타당성 조사 추진' 핵융합에너지 원리는
정부가 핵융합에너지를 미래에너지기술로 지목하고 1조2천억원 규모의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는 등 정책 추진에 무게를 싣고 있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핵융합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폭발의 위험이 없는 안전성을 가져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핵융합 글로벌 상용화 선도국가 실현'이란 비전 아래 핵융합 에너지 실현을 가속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최근 제시했다.

정부 목표에서도 알 수 있듯, 핵융합에너지는 현재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는 아니다. 아직은 연구·개발단계이며, 세계적으로도 2050년대 전력 생산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영국·중국 등 주요국은 상용화 시기를 2030~2040년대 정도로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핵융합에너지는 말 그대로 원자핵이 합쳐져 새로운 원자핵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두 원자핵이 합쳐져 하나의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 줄어드는 질량이 있는데, 이것이 커다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도출하는 원리중 하나인 E=mc²에 따르면 에너지는 질량에다 진공속 빛의 속력을 곱한 것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핵융합 과정에서 줄어드는 질량이 미량이라도 이것이 아주 큰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핵융합은 쉽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초고온과 같은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태양 속에서는 중력으로 인한 엄청난 압력으로 1천500만도에서 핵융합 반응이 가능하지만, 지구에서는 그와 같은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없어 1억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이마저도 중수소와 삼중수소와 같이 핵융합이 상대적으로 잘 일어나는 원소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 한국핵융합연구원 남용운 박사의 설명이다.

원자핵이 양성자 하나만으로 구성되는 일반 수소와 달리, 양성자와 중성자 하나가 결합한 중수소 원자핵과 양성자와 중성자 2개가 결합한 삼중수소 원자핵이 고온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구성된 헬륨 원자핵이 되고 중성자 하나가 남는다.

이 과정에서 핵융합 후 생성된 헬륨 원자핵과 중성자 질량의 합은 애초 중수소와 삼중수소 원자핵 각각이 가진 질량의 합 보다 작은데, 이렇게 줄어든 질량은 운동에너지로 변환돼 헬륨 원자핵과 중성자를 빠르게 움직이도록 한다.

중성자의 속도는 시속 2억㎞에 이른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중성자 등을 '블랭킷'이라 부르는 장치에 부딪히게 해 열을 발생시키고 이것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이 핵융합발전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핵융합을 통해 전기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원자핵의 온도를 1억도로 높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대표적인 것이 '토카막'이라 부르는 자기장 핵융합 장치다.

타원형으로 된 진공용기를 전자석으로 감싸 내부의 이온화된 수소 등을 높은 자기장으로 가두고 온도를 높여 핵융합을 일으킨다.

한국이 가진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도 이에 해당한다.
1억도나 되는 고온을 용기가 어떻게 버틸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남 박사에 따르면 1억도는 개별 원자핵의 에너지로부터 환산되는 온도이고 그 개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용기 벽면까지 도달하는 열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1억도나 되는 고온을 만들어내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에 비해 핵융합으로 산출되는 에너지가 얼마나 크냐 하는 점이다.

투입에너지 대비 산출에너지 비율을 약자로 Q라고 하는데, 이것이 1이 되면 투입에너지와 산출에너지 크기가 같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장치를 통해 측정된 Q값은 0.67이 최대라고 남 박사는 전했다.

연구자들은 토카막의 크기를 키우면 Q값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협력해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완공 시 Q값 1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업적 발전에 사용하려면 Q값이 22는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발전과 디지털화로 미래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무한 생산, 무탄소, 높은 안전성이라는 강점을 가진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해 11월,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4월 핵융합 전략적 파트너십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핵융합에 대한 국가 간 협력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토카막 등 장치의 크기를 키우는 것 외의 방법으로 Q값을 높여서 핵융합의 상용화를 가속하려는 시도도 민간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