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북한 외환 시장환율 껑충…엔데믹 효과 본격화하나

수입 빠르게 늘며 무역적자 심화로 외화 부족…당국의 외화관리도 한몫
북한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환율이 올해 하반기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북한 주민들이 전한 소식을 기반으로 집계한 환율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천원대를 유지하던 달러 환율은 6월 1만2천원대로 뛰었고 7월에는 1만4천원까지 올랐다.

독립언론인 아시아프레스가 유사한 방식으로 집계한 통계에서도 올해 5월까지 9천원대이던 달러 환율은 7월에 1만4천원대로 치솟았다.

반면 아시아프레스가 공개한 위안화 환율은 올해 1천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6월 한때 1천9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23년 1월 8천원대와 1천200원대이던 달러와 위안화 환율은 75%와 40%씩 올랐다.

이런 환율 상승세는 코로나 엔데믹 흐름 속에서 북한이 국제사회 행위자로서 무역 등에 복귀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2년 8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고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를 박멸하고 인민들의 생명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대비상방역전에서 승리를 쟁취하였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8월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세계적인 악성전염병 전파 상황이 완화되는 것과 관련하여 방역 등급을 조정하기로 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공민(북한 국적자)들의 귀국이 승인되었다"며 국경을 공식적으로 개방했다.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지 1년 뒤 국경을 본격 개방하면서 북한의 대외교역도 정상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작년 북한과 최대 무역상대국 중국의 지난해 교역은 2022년보다 96.7% 증가한 27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2억9천만달러, 수입은 24억3천만달러였다.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는 2022년 12억7천만달러에서 21억4천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코로나19 때문에 국경을 완전히 차단했던 2020년과 2021년 대중 무역적자는 각각 6억8천만달러와 5억5천만달러였다.
이런 상황을 미뤄볼 때 엔데믹으로 북한의 국경이 점차 열리고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급증해 큰 폭의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외화 부족 현상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부터 북한의 무역이 다시 복구되면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여기에 적잖은 외화 수요가 발생해 환율이 상승하는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공식 무역이 늘고 외화가 부족해지자 당국이 본격적인 외화관리에 나선 것도 시장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당국의 외환관리로 인해 시장에서 외화를 수급해 수입하던 북한 기업들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무역에 사용할 수 있는 달러와 위안화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작년 하반기부터 외화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던 외화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외화 거래가 어려움을 겪고 암시장에서나 거래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환율이 상승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전반적으로 외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위안화보다는 달러를 좋아하는 북한 주민들의 선호도가 반영돼 시장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에서 시장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엔데믹 이후 무역이 늘고 있지만 수입이 무역 규모 확대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외화 부족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제재로 외화를 벌어들이기 어려운 북한의 외교적 환경도 환율 상승세를 이어가게 하는 요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