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격 집안 막내'와 '엄마 사수'가 일냈다…파리에 은빛 총성

24세 동갑내기 박하준-금지현, 한국 사격에 대회 첫 경기부터 은메달 선사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한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은 2000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합작한 이들은 남다른 이력을 지녔다.

박하준은 사격 집안의 막내이며, 금지현은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이 있는 '엄마 사수'다.

박하준-금지현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공기소총 10m 혼성 금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세트 점수 12-16으로 아쉽게 패했다. 3남 1녀의 막내인 박하준은 사격 선수로 활약 중인 셋째 누나인 박하향기(고성군청)의 영향으로 총을 잡았다.

사격을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이며, 집중력이 좋은 것을 확인한 아버지 박종균 씨와 어머니 조영자 씨가 누나처럼 사격을 시작해볼 것을 권유했다.
빠른 속도로 기량을 키운 박하준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한국 남자 소총 일인자로 우뚝 섰다. 올해 열린 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창원시장배 대회에서는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대회에 앞서서 "대한민국 선수로서 첫 스타트를 잘 끊고 싶다.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박하준은 스스로 약속한 대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하준을 사격 선수의 길로 이끈 박하준의 누나 박하향기는 "막내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선수로 하준이의 기량은 누구도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걸 안다"고 응원을 보냈다.

같은 사격 선수인 누나로부터 든든한 응원을 받은 박하준은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지현은 저출산 시대에 큰 울림을 준 선수다.
출산 후에도 선수로 활약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해 5월 태어난 딸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 아픔을 극복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금지현은 2022년 10월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 월드컵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서도 파리 올림픽 출전 쿼터를 확보했다.

작년 5월 출산 직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금지현은 개인 첫 올림픽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대회에 앞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MZ 아줌마'라고 소개한 금지현은 "지금은 엄마가 못 놀아줘서 미안하지만, 나중에 딸에게 창피한 엄마가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참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구로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가까워져 결혼에까지 골인한 남편은 금지현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남편이 울산에서 딸을 돌봐준 덕분에 안심하고 과녁에 집중했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돼 '자랑스러운 엄마 사수'로 거듭났다.

금지현은 "아이 낳고 힘든 건 1.5배지만, 행복은 다섯 배가 넘더라"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따면 둘째를 갖기로 남편과 합의했다"고 공개했다. 이제 금지현은 '두 아이의 엄마 사수'까지 꿈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