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팔러 갔다가 44년째 실종…5·18 유족 손배 승소

1980년 마늘 팔러 광주를 찾았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44년째 실종자로 남아있는 당시 20살 청년 이재몽 씨, 그의 가족이 5·18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탓에 중고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이씨는 농사일을 돕는 효자였다. 부모와 키운 마늘을 광주에 내다 팔기도 했는데, 1980년 5월 당시 전남 담양의 집에서 광주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지게에 마늘을 한가득 짊어진 이씨는 할머니와 함께 두 발로 걷고 걸어 광주로 향했다.

그게 이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함께 마늘 팔러 갔던 할머니는 홀로 집으로 돌아와 "재몽이를 시퍼런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데리고 가버렸다"는 말만 혼이 나간 표정으로 전했다.
가족들은 뒤늦게 그해 5월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했고, 이씨를 끌고 간 사람들이 계엄군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손자를 잃어버린 할머니는 언제나 돌아오나 매일 집에서 이씨를 기다리다 5년 후 사망했다. 가족들은 행방불명 아들이 돌아오길 계속 기다렸지만, 병역 회피자로 의심받자 1985년 사망신고를 했다.

이씨는 2009년에야 5·18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았고, 국립 5·18민주묘지에 시신 없는 행방불명자 묘역에 안장됐다.

그의 묘비에는 평소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 겨우 찾은 이씨의 어릴 적 사진이 새겨졌다. 광주지법 민사10단독 하종민 부장판사는 이씨의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일부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에 대한 위자료는 "헌법질서 파괴범죄 과정에서 반인권적 행위로 피해를 봤고, 40여년간 배상이 지연됐다"며 2억원으로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