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AI 투자 회의론에 주저앉은 증시…반등 계기 마련할까

코스피, 3주 연속 하락해 2,700선 근접…코스닥은 800선 이탈
기술주 조정 심화 전망도…"M7 압도적 실적 없으면 추가 하락"
양호한 매크로 환경 지속…"실적 개선세에 반등 모멘텀 상존"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 이후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SK하이닉스와 반도체주가 급락하는 등 3주 연속 하락했다. 이전 주말 글로벌 IT 대란까지 겹쳐 기술주 조정이 깊어지는 와중에 주요 빅테크 실적마저 반등의 기회가 아닌 매물 출회의 명분이 됐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이탈과 함께 주가가 급락했다.

이처럼 투심이 위축된 상황에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어 금주 역시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금주 빅테크 기업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는 한편 안정적 매크로 환경을 재확인함으로써 시장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하고 있다.
28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63.56포인트(2.27%) 내린 2,731.90으로 마감했다.

이달 중순 2,900을 바라보던 지수는 3주 연속 하락한 결과 2,800선에서 이탈한 것을 넘어 2,700선까지 위협받게 됐다.

기술주 조정과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주에 투자) 양상 속 하락세를 보이던 지난주(22~26일) 증시는 주중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등을 노렸다. 그러나 알파벳이 호실적을 기록하고도 투자자의 눈높이에 못 미친 데다 AI 수익화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된 탓에 오히려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2분기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익을 발표하고도 당일 주가가 무려 9% 가까이 급락했고, 호실적을 낸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유탄을 맞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8천257억원을 순매도, 2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2천380억원, 6천306억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호실적, 미중 무역갈등 수혜 기대가 겹친 의약품(6.34%)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조선 종목 상승세가 이어진 운수장비(1.27%), 건설업(1.50%), 통신업(1.68%)의 강세가 이어졌다.

반면 한미반도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이 급락한 기계(-6.48%)가 부진했다.

대형 반도체주와 이차전지주를 포함한 전기전자(-5.65%)를 비롯해 철강금속(-4.28%), 화학(-4.06%)도 약세였다.

코스닥지수는 797.56으로, 전주 대비 31.16포인트(3.76%) 내려 2주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800선에 못 미친 것은 지난 2월 1일(798.73)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금주는 2주 넘게 이어지는 조정장이 하락장으로 이어질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시장의 시선은 금주 발표되는 미국 빅테크의 실적으로 쏠린다.

오는 30일 마이크로소프트, 31일 메타, 내달 1일 애플, 아마존, 인텔 등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 알파벳의 사례를 볼 때 실적이 시장의 불안을 누그러뜨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이 테크 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덜어내는 과정이 더 진행될 수 있다"며 "AI와 관련된 핵심 상품이 당장 출시되지 않는 한 드라마틱한 반전은 쉽지 않다.

남은 2분기 실적 시즌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금주 빅테크 실적에서 기대를 압도하는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적 하락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또한 깜짝 실적뿐만 아니라 가이던스와 컨퍼런스콜에서 긍정적 전망이 확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강 연구원은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소멸이 불가능하다"고도 짚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 역시 "미 대선과 관련해 높아진 정치적 불확실성에 AI 산업의 수익 창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심이 위축되고 있는 점은 악재"라고 판단했다.
반면, 긍정적 매크로 환경을 재확인하는 주요국 경제지표 및 기업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증시가 부진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미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0.1% 상승하는 등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둔화세로 9월 금리인하 전망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와 함께 3대 지수가 동반 상승하며 부진 탈출의 실마리를 찾았다.

최근 급락한 주요 기술주도 저가 매수세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함께 유입하며 대부분 반등했다.

이런 흐름에서 금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역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무난하게 지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황준호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 자체는 개선되고 있어 증시의 반등 모멘텀이 상존하고 있다.

음식료, 바이오, 미용기기, 전력기기 등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국내 기업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하락폭이 컸지만 미 금리인하 기대와 양호한 2분기 실적으로 주가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금주 코스피 전망치를 2,630~2,78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7월 30일 미국 7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유로존 2분기 국내총생산(GDP)
▲ 7월 31일 미국 7월 ADP 고용, 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일본 7월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 중국 7월 국가통계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한국 6월 산업활동동향
▲ 8월 1일 미국 7월 FOMC 회의, 미국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한국 7월 수출입동향, 중국 7월 차이신 제조업 PMI
▲ 8월 2일 미국 7월 고용보고서, 한국 7월 CP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