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에너지 난제 해결할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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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배현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가 지난 6월 3일 있었다.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이후 검증 과정과 시추 성공 확률 등에 대한 논쟁이 일었으나, 몇 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첫째, 석유·가스 탐사는 과학의 영역이다. 따라서 탐사 자료에 대한 충분한 기술적 검토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과를 도출했다면, 논쟁으로 시간과 비용을 불필요하게 소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석유·가스 탐사의 핵심은 석유 부존 가능성의 확인이다. 이번에 동해 심해에서 새롭게 도출한 유망 구조에서의 탐사 성공률은 석유·가스산업에서 통상적으로 높은 수치로, 탐사 시추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탐사 자원량이 도출된 이후부터는 석유·가스의 실재를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확률을 분석해야 하는데, 이는 오직 탐사 시추를 통해 이룰 수 있다. 셋째,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하루 254만 배럴의 원유를 사용하는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2023년 석유·가스 수입액은 약 196조원으로 국내 총수입액의 23%, 에너지 총수입액의 87%에 달한다. 따라서 동해 심해 탐사가 성공을 거둔다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에너지 수입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2021년 약 6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탄소 다배출 국가인 한국에서 석유 가스 탐사가 탄소중립을 지연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을 위해 본질적으로 연계된 국가 차원의 과업이다. 전 세계가 아직 에너지 전환의 초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 한국의 발전 현황 에너지 믹스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60.3%로 원자력(29.6%)과 신재생(8.9%)에 비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석유와 신재생에너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수급이 필수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성공한다면, 생산할 천연가스는 연료뿐만 아니라 청정수소인 블루수소의 원료로 활용해 수소경제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국내 산업 구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므로 2021년 말 생산이 종료된 동해 가스전을 활용해 추진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실증사업 사례처럼 자원이 고갈된 뒤에는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로 전환해 활용하면 탄소배출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탄소 감축 기여를 통해 한국의 기후 에너지 난제를 해결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중대한 사안이므로 과학에 근거한 이성적 판단으로 슬기롭게 대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