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시장 세계 1위 되겠다"
입력
수정
지면A24
이명희 사피엔반도체 대표“최첨단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설계 시장에서 세계 1위 대만의 노바텍을 넘어서는 게 목표입니다.”
빅테크 AR 글라스용 저전력 DDI
세계 최초로 개발해 고객사 납품
이명희 사피엔반도체 대표(CEO·사진)는 28일 기자와 만나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가 들어가는 증강현실(AR) 글라스와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DDI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사피엔반도체는 지난 2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다. 주력 사업은 입력된 디지털 영상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패널로 보내는 반도체인 DDI 설계·판매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DDI개발팀장, 현대오토론 차량용반도체센터장, UNIST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등을 거친 이 대표가 2017년 8월 창업했다.
이 대표가 사피엔반도체를 세운 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마이크로 LED의 핵심 반도체인 DDI 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로 실리콘 기판 위에 마이크로미터(㎛) 단위 초소형 LED를 붙여 만든다. 전력 효율성, 내구성이 뛰어나고 휘도(밝기)가 높다.이 대표는 “마이크로 LED는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달리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마이크로 LED 시장이 열리면서 사피엔반도체에도 기회가 생겼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LED 시장은 이제 막 열린 탓에 이렇다 할 주도 기업이 없다. DDI 시장의 최강자인 노바텍도 아직 제품을 내놓지는 않았다.
사피엔반도체의 첫 타깃은 AR 글라스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LED용 DDI다. AR 글라스는 크기가 작고 야외에서 주로 쓰기 때문에 휘도가 높고 초소형으로 제작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가 주로 들어간다. 마이크로 LED의 전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휴대용 제품인 AR 글라스와 궁합이 맞는 대목이다.
사피엔반도체는 전력 소모를 최대 75% 줄이고, 화소 사이즈를 38% 작게 만드는 ‘마이크로 픽셀 드라이버(MiP)’ 기술을 바탕으로 AR 글라스용 고성능 DDI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40억원 규모의 마이크로 LED용 첨단 DDI를 유럽 업체에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 대표는 “메타뿐만 아니라 애플도 AR 글라스 개발에 나서며 사피엔반도체가 개발한 저전력·고성능 DD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사피엔반도체의 1차 목표는 10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이다. 이 대표는 “마이크로 LED가 들어가는 신형 자동차 헤드업디스플레이(HUD)용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팹리스로 성장해 매출 1조원 달성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