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판매자들 "우리를 거지로 만들어"…수사·대책 촉구

"전세사기보다 파장 커…구영배 출금·구속해야"
"4월부터 역마진 마케팅 수상한 기류…두 달 매출이 1년치 맞먹어"

"큐텐이 느닷없이 우리를 거지로 만들었다. " "돈이 없어 7월 부가가치세도 못 냈다, 막막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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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역삼역 인근 한 건물 사무실에서 개최한 대책 회의에는 격정 어린 하소연과 안타까운 호소로 가득 찼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물건을 팔고 판매대금 정산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한 이들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거액의 정산대금을 물린 판매자 240여명은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대응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날 대책 회의에 모인 이들은 50여명. 이들이 정산받지 못한 금액만 어림잡아 1천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핵심 책임자로 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대표를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구영배 대표와 회사 임원들을 즉각 출국금지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성토도 쏟아졌다.

티몬·위메프에서 쌀을 판매해온 H사는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석 달간 판매대금 15억원을 받지 못했다.
H사 관계자 최모 씨는 지난 4월부터 티몬·위메프가 이해할 수 없는 역마진 마케팅을 동원하는 등 수상한 기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최씨는 "원래 우리는 티몬과 거래가 없었다"며 "4월부터 티몬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역마진 쿠폰이 붙으면서 쿠팡과 G마켓(지마켓)의 판매율이 뚝 떨어졌고 그 와중에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티몬에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티몬에서 6∼7월 두 달간 매출이 지난해 1년 치에 맞먹을 정도로 늘어나 미심쩍어 티몬 상품기획자(MD)에게 문의했더니 나스닥 상장을 위해 매출 규모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라며 '괜찮다' 답이 돌아왔다고 최씨는 말했다.

최씨는 "돌아보면 그때부터 티몬과 위메프에서 자금 경색 징후가 있었고 이를 막으려 무리한 역마진 쿠폰을 남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소기업유통센터라는 정부 기관이 주선한 플랫폼에서 눈 뜨고 코 베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코인이나 부동산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우리는 성실하게 일을 한 것밖에 없는데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큐텐이 느닷없이 우리를 거지로 만들었다.

중대형 셀러가 먼저 타격을 받았지만 앞으로 소형 셀러와 납품업자, 1차 생산업자에게까지 여파가 걸 것"이라며 "그로 인해 많은 실업자가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5∼7월 전체 판매대금 미정산분은 족히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파산하지 않으려면 당장 직원들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

우리는 물론 직원들의 삶과 직원들 부양가족의 삶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지었다.
명품 또는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J사 대표 박모 씨도 티몬이 4∼5월부터 공격적으로 진행한 역마진 프로모션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우리와 상의 한마디 없이 모든 카테고리에서 최대 35%의 역마진 쿠폰이 붙었다.

100만원을 팔면 35만원을 손해 보는 구조였지만 강행했다"면서 "2013년부터 티몬과 거래를 해왔는데 6∼7월 매출이 지난해 1년치보다 많은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달 부가가치세를 못 낼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직원이 많지 않지만, 급여는 줘야 하기에 밤잠을 설친다"며 "판매대금을 빼돌리지 않았다면 어느 통장에 있을 텐데 단 10원도 못 받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작은 일이 아니다.

어느 판매자든 대출이 껴있을 것"이라며 "도미노처럼 파산이 이어지면 국내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 설루션 스타트업 P사를 운영하는 신모 대표도 "이번 사태의 파장은 전 산업군에 걸쳐 있다.

우리가 무너지면 당장 은행,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택배사, 손배보험사 등에 여파가 갈 수 있다"며 "예전 전세 사기와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생활용품 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10만원짜리 상품이 8만원에 판매가 됐다면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니터링해 사태를 막았어야 했다"며 "정부도 관리 부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도 "오픈마켓 PG와 '에스크로'(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정산금 지급 방식) 관리·감독 책임은 금감원에 있다"며 "금감원이 감독을 철저하게 해 이런 사기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매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긴급 대책을 요청했다.

H사 관계자 최씨는 "정부에서 우리 빚을 갚아줄 순 없겠지만 당장 직원들 인건비라도 줄 수 있게 긴급 대출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가장 최우선으로 판매자 줄도산을 막아야 한다며 플랫폼에서 받아야 할 정산대금을 담보로 한 선정산 대출의 상환 연장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판매자들은 이날 대책 회의를 기점으로 계속 대응 목소리를 모아나갈 계획이다. 다음 달 6일에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에서 집단 면담이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