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필리버스터→野 강행 처리→尹 거부권 '무한반복'

끝모를 정쟁에 평행선 정국

방송법 필리버스터 110시간 예상
종료돼도 쟁점 법안 줄줄이 대기
野 민생회복법·노조법 상정 계획
與 "뚜렷한 대응 방법 없어"

野, 김건희 특검 공세도 이어갈 듯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4법 중 하나로 KBS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8일 재석 189명이 투표해 찬성 189표로 가결되고 있다. 방송4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방송4법’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8일에도 나흘째 이어졌다.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법에 이어 이날 새벽 방송법 개정안(KBS법)도 야당에 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0일이면 방송문화진흥회법(MBC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까지 방송4법 모두 처리가 완료될 전망이다.이번 필리버스터가 종료돼도 여야 간 극한 대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강행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야당 법안 상정→여당 필리버스터→야당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뒤 단독 법안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이 무한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음 차례는 25만원 지원금·노조법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25일 신청해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30일 오전까지 110시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방통위법 개정안을 막기 위한 1차 필리버스터(24시간7분)에 이어 2차 방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30시간20분)까지 54시간 넘게 토론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표결을 통한 강제 종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29일 오전에 3차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MBC법을, 30일 같은 절차를 거쳐 4차로 EBS법까지 통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이번 필리버스터는 역대 두 번째로 긴 필리버스터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대 최장 기록은 2016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192시간27분 동안 이뤄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다. 22대 국회가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21대 국회 4년 동안 진행한 필리버스터 총 102시간12분의 기록도 깼다.

방송4법 정국이 끝나도 이런 상황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도 밀어붙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여당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지만 필리버스터 외엔 뾰족이 대응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매번 필리버스터를 열면 여론전 효과도 반감되고 무기력한 여당만 부각할 뿐이란 걸 알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며 “그렇다고 국회에서 싸우는 걸 포기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野, 상임위 곳곳에서 ‘김건희 공세’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한동훈 대표 특검법’ 등 여권 핵심 인사를 겨냥한 특검법도 줄줄이 준비 중이다. 특히 김 여사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는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26일 법사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2차 청문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 가방 수수,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조작 의혹 등에 대해 공세를 퍼부었다. 이런 공세는 정무위·운영위·국토교통위 등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민권익위원회 청문회를 열어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종결 처리 의혹을 다루겠다고 벼르고 있다.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도 정무위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김 여사와 한 대표의 ‘댓글팀 운영’ 의혹을, 국토위는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집중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