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비트코인도 준비자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물”로 규정했다. “당선되면 정부가 보유하고 있거나 미래에 획득할 비트코인을 100% 유지할 것”이라며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고도 했다. 27일(현지시간) 테네시주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한 발언이다.

미국 정부는 범죄자들에게서 압수한 비트코인 약 21만 개를 보유 중이다.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 최대 2100만 개의 약 1%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기대한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만들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에 이어 연단에 오른 공화당 소속 신시아 루미스 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이 연방정부가 5년 내 비트코인 100만 개를 비축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준비자산은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하는 대외자산이다. 기축통화, 유가증권, 금, 특별인출권(SDR),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IMF 회원국의 출자금 일부) 등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면 비트코인의 위상은 투기 자산이 아니라 금이나 기축통화 수준으로 격상된다. 이런 기대 덕분에 이날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세를 탔다.

비트코인이 준비자산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당장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비판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암호화폐 규제를 추진해왔다. 비트코인 채굴자가 쓰는 전기에 30%의 소비세를 물리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와 달리 이날 암호화폐 콘퍼런스에 불참했다.

중국은 비트코인 거래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영화 불법 공유 사이트 운영 혐의자들에게서 압수한 비트코인 5만 개를 시장에 매각했다. 엘살바도르가 2021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비트코인이 준비자산으로 격상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