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 따라 파리 전체가 오페라 무대…폭우도 들러리 세운 '파격'
입력
수정
지면A2
사상 첫 수상 개막식…세계를 사로잡다프랑스 파리 전체가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파격적인 무대가 됐다. 80명의 캉캉댄서는 1820년대 파리 물랭루즈 카바레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투옥됐던 콩시에르주리에는 테라스 층마다 메탈 밴드 ‘고지라’ 멤버들이 점령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의 건물 지붕 위는 성화를 든 ‘복면 신사’가 4시간 동안 쉴새 없이 뛰어다녔고 파리오페라발레단 무용수들은 시청 지붕 위에서 우아한 춤을 선보였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칸토로우는 모리스 라벨의 ‘물의 유희’(Jeux d’eau)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완주했다.
"새로운 세대 끌어들일 무대"
82년생 스타감독 토마 졸리
셰익스피어 등 과감히 재해석
관현악·록 밴드·팝 등 앙상블
관습 깬 또 하나의 '佛 혁명'
선수단, 센 강서 배타고 등장
노트르담·루브르 등 배경으로
복면의 사나이가 성화 봉송
27일(현지시간) 오후 7시30분 파리 센강 인근에서 열린 개막식은 파격 그 자체였다. 폭우 속에서 펼쳐진 개막식은 100척의 보트에 탄 선수단 6000~7000명의 입장식과 동시에 이뤄져 하나의 스펙터클 오페라가 됐다. 이번 개막식은 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파리의 혁명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가 여전히 세계의 근간이 된다는 것을 문화적으로 보여줬다”(뉴욕타임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세대를 올림픽에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담대한 아이디어”(워싱턴포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물론 성소수자, 여성 혁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프랑스의 문화유산과 과감히 접목했기 때문이다.
졸리 감독 “개회식 메시지는 사랑”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최초의 역사’로 오래 회자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초의 야외 개막식에 걱정하는 시선이 개막 직전까지 많았다. 하나로 집중된 스타디움이 아니라 도시 곳곳을 활용한다는 발상이 과감해도 너무 과감하다는 것. 이런 우려는 영상과 다양한 공연이 잠식시켰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펼친 카바레 공연 형식의 무대,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화면,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와 록 밴드 고지라, 파리 관현악단 합창단, 프랑스 팝스타 아야 나카무라와 군악대의 프랑스 학술원 앞 퍼포먼스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공연이 파리 건물 곳곳에서 펼쳐졌다.이번 개회식은 프랑스의 배우 겸 스타 예술감독 토마 졸리(42)가 감독했다. 총 12개 막으로 구성했다. 3000명에 이르는 공연자가 참여한 이번 개회식은 그동안 셰익스피어, 세네카 등 대가의 작품을 과감하게 재해석해온 그의 역량이 발현됐다는 평가다. 오페라와 연극 무대를 다수 연출해온 그는 모든 장르를 융합했다. 졸리 감독은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사랑”이라며 “프랑스의 문화, 언어, 종교, 성적인 다양성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종교 왜곡 불편해…산만했다” 비난도
4시간 동안 12개 막이 이어지는 개막식 내내 파리의 고풍스러운 건물 위를 날렵하게 뛰어다니고 하늘 위를 난 ‘수수께끼의 복면 신사’도 화제였다. 해설가들은 “괴도 뤼팽 아니냐”는 해설을 내놨지만 게임업계는 그를 모험·잠입 게임인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의 주인공 ‘아르노’로 봤다.다만 개막식 자체가 다소 산만하고 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리 현지에서 개막식을 지켜본 이들은 “영상 중계나 스트리밍으로 보는 게 나았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다양성을 중시하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다소 과도했다는 평가와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축제’ 섹션에서 선보인 다빈치의 프레스코화 걸작 패러디 ‘최후의 만찬’이 그렇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예수와 12사도를 그린 그림을 드래그퀸 예술가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변형해 ‘종교적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2024 파리올림픽 개최 비용은 88억달러(약 12조원)으로 2020 도쿄올림픽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김보라/구교범/이주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