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랜드마크vs랜드마크] 진주처럼 영롱한 시드니·부산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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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난관 뚫고 이뤄낸 명작사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탄생하게 된 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58년 네덜란드의 젊은 건축가 예른 웃손이 현상설계에 작품을 출품하였으나 예선에서 탈락하였는데, 마침 뒤늦게 참석한 심사위원장인 에로 사리넨(지금은 공항 호텔로 이용되는 뉴욕 JFK 공항의 TWA 터미널 건물설계자)이 웃손이 제출한 곡선형 작품을 발견하고 이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웃손의 곡선형 지붕은 당시에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지어진 적이 없는 구조물로, 지붕공사를 어찌할지 모르며 몇 년을 허비한 가운데, 웃손은 그 책임을 지고 쫓겨나고, 공사비는 14배나 증액되고, 공사기간은 4년에서 14년으로 연장되어 완공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참석한 준공식에도 웃손은 결국 초대받지 못하고, 평생 그는 그 건물의 실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널리 쓰이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와 프리텐션 구조라는 특수구조법이 적용되며 만들어진 돛단배 모양의 지붕은, 요트가 넓은 돛을 가졌지만 간단한 폴 하나로 지지되듯이, 건물의 양쪽 두 군데에서 지지를 받으며 하늘로 뻗어 있어 넓은 바다의 수평선과 대조되며 조각물처럼 날렵한 느낌을 준다.곡선형 지붕은 전면에서 보아 두 개가 쌍을 이루고, 옆에서 보면 앞으로 세 개, 그리고 뒤로 한 개가 높낮이를 맞추며 조형미를 한껏 높이고 있다. 지붕의 표면은 흰색 자기질 타일로 시드니 항의 널리 트인 바다의 강렬한 햇빛을 반사하며 마치 진주가 영 롱하게 빛을 발하듯 아침저녁으로 오묘한 다른 색상을 내비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국경일이면, 셸 모양의 공연장 앞 계단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야외 공연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며, 시드니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을 주는 상징적 장소이며, 관광객들에게는 낭만적인 추억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건물 외관의 상징적 가치그렇게 거의 50여년 동안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대작으로 명성을 이어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이지만, 그 어려웠던 건설과정을 돌아보면 최근 부산 오페라하우스를 둘러싼 건설 공법논쟁 이 연상된다. 2012년 현상설계를 통해 당선된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환경에 대응하는 태도를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건축 철학으로 하는 스웨덴의 건축사무소 스노헤타에 의해 설계되었고, 2018년 착공에 들어가 원래는 2022년 완공될 예정으로 되어 있었는데, 예산확보, 건물 활용 방안 등에 브레이크가 걸리며 늦어지더니, 최근 건물의 외부 곡면형 유리창 부분의 공법 적용의 어려움으로 준공이 4년 연기되었다.
우리는 오페라하우스이니 오페라 구경을 할 수 있으면 그 건물의 효용이 충족된다고 생각하지만, 오페라를 구경한다는 의미와 오페라를 구경하러 가는 과정의 의미 차이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1800석의 오페라 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일 년에 많아야 5만명 정도 되겠지만 부산 외항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 등 이 건물을 바라보게 될 사람은 수백만 명에 이를 것이다. 이들은 건물의 외관에서 풍겨나올 상징적 가치에 더 많은 값을 지불하기를 원할 것이다.2008년 롯데그룹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후원금 일천억원이 시작점이 되어, 부산시민의 문화활동을 진작하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비견되는 부산항의 명소를 만들자는 의욕으로 시작된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건물의 핵심적 모습을 만들어낼 곡면 유리면의 시공이 어려워 준공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만큼, 더 좋은 결실을 맺어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또 다른 랜드마크로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