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권총 금메달의 감동, '올림픽 신기록' 여고생 반효진이 잇는다

오후 4시 30분 공기소총 결선서 한국 사격 2호 금메달 조준
한국 사격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건 '여고생 소총수'였다. 한국 사격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딴 주인공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서울체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여갑순 현 감독이었다.

여 감독은 여자 공기소총에 출전해 세계 최정상급 강호를 모두 따돌리고 대회 첫 번째 금메달을 장식했다.

이후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사격 요정'이 등장했다. 유성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강초현은 여자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후 국민적인 스타로 도약해 사격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이제 선배들처럼 똑같이 소총을 잡은 앳된 여고생이 파리 올림픽 금메달 과녁을 정조준한다.

대구체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반효진(17)은 한국시간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오후 4시 30분이라 TV로 시청하기에 딱 좋다.

반효진은 사격 종목에서 20년 만에 탄생한 고등학생 올림픽 출전 선수이자 역대 최연소 올림픽 출전자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2020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던 2021년 여름에 처음 사격을 시작해 3년 만에 숱한 선배들을 따돌리고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27일 열린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서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던 반효진은 28일 이어진 공기소총 본선에서 천재성을 마음껏 드러냈다.

60발 합계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본선을 통과한 것이다.

게다가 반효진은 자네트 헤그 뒤스타드(노르웨이)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세운 종전 올림픽 기록 632.9점을 뛰어넘은 올림픽 본선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우리 사격 대표팀은 '비밀 병기'로 감춰두고 싶었던 반효진의 낭중지추 활약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해외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반효진은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 단숨에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제 올림픽 본선에서 신기록이라는 굵은 발자국까지 남겼으니, 결선에서는 더욱 강력한 견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한국 사격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한 건 세 차례 있었다.

1호는 1988 서울 올림픽 남자 공기소총 본선에서 안병균이었고, 2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진종오였다.

반효진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한국 사격 대표팀은 연이은 낭보로 사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대회 첫날인 27일에는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예상 밖 성과인 은메달을 획득했고, 28일에는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여자 공기소총 10m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쓰는 쾌거를 이뤘다.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인 사격 종목 특성을 고려하면, 반효진이 32년 전 여갑순의 '금메달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사격 대표팀에서는 반효진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본선 올림픽 기록을 세운 반효진의 인터뷰를 현장에서 요청하자 대표팀 측에서 직접 결선이 끝난 뒤 해도 괜찮겠냐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는 3박 4일 동안 인터뷰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일단 눈앞의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배려다.

반효진만 있는 게 아니다.

반효진의 공기소총 여자 결선이 끝나고 난 뒤 오후 7시에는 최대한(19·경남대)의 공기소총 남자 결선이 이어진다. 최대한은 공기소총 본선에서 630.8점을 쏴 5위로 귀중한 결선 티켓을 따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