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지금] “셀린은 '사랑의 찬가'를 노래했고, 우리는 그저 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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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의 음(音)미하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의 정점을 찍다
당신이 최근 몇 년 동안 견뎌온 고통과 올림픽 관중들의 압박을 감안할 때, 놀라운 배짱과 영감을 보여준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축하해요.- 피어스 모건 (Piers Morgan)
고통을 견뎌 낸 ‘셀린 디옹’의 우아한 귀환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며칠 앞두고, 세계적인 팝 가수 셀린 디옹(Celine Dion)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몇 장이 올라왔다. 블랙 앤 화이트로 멋을 낸 그가 루브르박물관 피라미드 앞에서 활짝 웃는 모습에 팬들을 ‘좋아요’와 ‘댓글’로 응답했다. 이 게시물은 오랜 시간 동안 희소 질환인 강직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으로 고통을 받아오면서, 근육과 성대를 조절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셀린 디옹’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개막식 전까지 그녀는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팬들과 인사하고 사진도 찍으며 순간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호텔 앞에서 디올 트랙 슈트를 입고 팬들과 흥에 겨워 몸을 흔드는 모습은 그동안 세간에 흘러나온 소식을 실현해줄 좋은 징조 같았다.
센강을 가로질러 성화 주자들은 루브르 박물관 앞의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으로 향했고, 마지막 성화 주자인 육상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와 테디 리네르가 열기구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파리 상공으로 성화가 떠오르자, 오케스트라 편곡의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가 흘러나왔다.
에펠탑 테라스 무대가 비추자, 은빛의 시퀸과 피어싱 스파크로 아름답게 수놓은 은빛 드레스를 입은 셀린 디옹이 화면에 잡혔다. 음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가 반짝거리는 울림이었던, 셀린 디옹의 ‘사랑의 찬가’
디올이 1000시간 넘게 공들인 드레스의 아름다움 함께 빛나
셀린 디옹이 ‘사랑의 찬가’ 첫 소절을 부르자, 모두가 환호했다. 그의 목소리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지만, 전 세계인들을 뭉클하게 하는 우아한 ‘사랑의 찬가’를 불렀다. 셀린 디옹의 노래가 이에나 다리 (Pont d'Iéna)를 건너 트로카데로 광장 (Place du Trocadéro)을 관통하고, 세계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에펠탑 테라스에 빗방울 맺힌 그랜드 피아노. 그 곁에서 고통을 이겨내며, 노래하는 셀린 디옹의 모습은 그가 평소 존경하던 퀸(Queen)의 노래 ‘Show Must Go on’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
[원곡 -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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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이진섭
전기차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합니다. 네이버캐스트에 [팝의 역사]를 연재했고, 음악 에세이 <살면서 꼭 한번 아이슬란드>도 출판했습니다. 음악과 미술로 여행하고, 탐미하며, 의미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