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만큼이나 많은 조선의 소들이 일본으로 건너가야 했다 [서평]

음식조선
임채성 지음
임경태 옮김
돌베개
480쪽
3만2000원
서양의 사과는 서구의 선교사들에 의해 조선 말기에 도입됐다. 일제 강점기에 과수원을 통해 사과가 본격 재배됐다. 양질의 조선 사과는 일본에서 비교적 근거리인 경상도에서 반출되어 바다를 넘어갔다. 경상도 사과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아오모리산과 경합해 맛과 가격에서 우위를 보이며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일제 식민지 역사가 한국에 남긴 상흔은 여전히 깊다. 일본은 제국의 식료 시스템을 지탱하기 위해 식민지 조선을 이용했다. 임채성 일본 릿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음식조선>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음식문화가 일제에 의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고찰한다. 쌀, 명란젓, 홍삼, 우유, 소주, 맥주, 담배 등 9가지 품목을 통해 식료의 도입과 발전을 역사적 사료를 통해 전한다. 그는 식민지 수탈론이나 근대화론 같은 역사적 논의가 주로 이뤄지면서 식료의 생산, 유통, 소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시도는 거의 없었다고 전한다. 그는 식민지 조선에서 일어난 식료산업의 재편이 양국의 음식문화를 어떻게 바꿨는지 조명한다.

조선의 소는 쌀 만큼이나 대한해협을 많이 건넜다. 소고기뿐만 아니라 농업용 소의 공급을 통해 일본 경제의 일부가 됐다. 193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일본 전체의 사육 두수의 15%를 차지했다.

지금은 일본 음식으로 알려진 명란젓은 한국에서 유래했다. 함경도에서 만들어져 일본으로 넘어간 명란젓은 일본인의 기호품이 됨으로써 상품화됐다. 원료 조달부터 가공까지 일본에 의해 시스템화되면서 지금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소비량이 많아졌다. 조선에서는 생우유를 마시는 습관이 없었다. 일제가 서양 젖소 품종을 들여오면서 우유는 ‘문명적 자양’의 상징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우유는 재래품종이 아닌 젖소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분리’가 처음부터 이뤄졌다. 품질, 가격, 위생 등 엄격한 통제가 이뤄졌고 협동조합도 설립됐다. 축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기업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홍삼과 담배는 조선 총독부 재정을 지탱한 주요한 품목이었다. 총독부의 철저한 관리 속에서 중국과 일본으로 수출됐다. 담배 품종을 대폭 줄이고 제조 공정을 규격화하며 수익성을 높였다. 조선 담배는 한반도를 넘어 대동아공영권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