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도 가자전쟁 골머리…"경합주 잡으려면 바이든과 차별화"

진보·아랍계 등 지지층 이탈…"집토끼 결집 위해 바이든과 다른 길 필요"
"이스라엘 자위권 지지해 한계"…유대인 남편이 이 커뮤니티와 가교 역할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 선거전략 짜기에 돌입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지지층을 분열시킨 가자지구 전쟁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며 공약을 제시하느냐가 경합주 등에서 지지층 결집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 바통을 넘겨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해진 것과 같은 좌파 진영의 압력과 씨름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확고한 친(親)이스라엘 정책은 진보층과 무슬림, 아랍계 미국인은 물론 젊은 유권자와 흑인 유권자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샀으며 이는 그의 재선 전망을 어둡게 했다. 백악관과 바이든 선거캠프의 일부 참모들은 장기화하는 가자지구 전쟁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경우 미시간,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에서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를 개인적으로 나타냈다.

이와 관련, 미 내무부 비서실장 특별보좌관을 지낸 릴리 그린버그 콜은 "해리스 부통령이 이 문제(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그와 결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린버그 콜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불만을 품고 지난 5월 사임한 첫 유대계 미국인 직원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경합주를 잡으려면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행보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막후에서 휴전과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을 위한 이스라엘 압박 강화를 전쟁 초기부터 강력히 지지했다.

그러나 전·현직 행정부 당국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일부 거리를 둘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다른 길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모에 대해 보다 많은 의구심을 표명했지만,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계속 지지해온 점이 이런 전망의 근거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휴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을 방문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선명한 목소리를 냈다.

미국 내 무슬림 유권자 운동단체인 '엠게이지'의 와엘 알자야트 대표는 "해리스 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문제에 대해) 얼마나 달라질지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어떻게 나아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 팔레스타인 지지 단체인 '아달라 저스티스 프로젝트'의 샌드라 타마리 전무는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꼭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누구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할지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관심을 끈다.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 가운데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유대인으로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비판적이었으며,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는 미국 대학에 국비 지출을 중단하는 법안을 지지했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으로부터는 이스라엘을 충분히 옹호하지 않는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해리스 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무례했다"며 "사실 유대인이 어떻게 그녀에게 표를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유대인 지역사회와도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그 엠호프는 유대인으로,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