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가 말라부렀어"…참꼬막 생산 '바닥' 깊어지는 어민 시름

여자만 대표 수산물 지난해 47t 생산…2015년부터 1천t 맴돌아
남획·고수온 영향…"수온 변화 강한 어패류 대체 필요"
"10여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는데 이제는 씨가 말랐는지 참꼬막 보기조차 힘드네요. "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50년째 참꼬막을 잡아 온 장동범(71) 어촌계장은 참꼬막만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1990년대 중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참꼬막으로만 연간 3천700만원의 소득을 올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해마다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예전에는 한 사람이 일을 나가면 하루에 참꼬막을 20kg들이로 30포대를 잡았지만, 요새는 1포대 반 정도밖에 잡지 못한다"며 "참꼬막만 놓고 보면 수입은 제로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전남의 대표 수산물인 참꼬막 생산량이 바닥을 보일 정도로 줄어들어 심각하다.

2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참꼬막 생산량은 47t으로 통계를 작성한 이후 2019년(46t)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참꼬막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평균 6천852t이 생산됐지만 2015년(697t)을 기점으로 1천t 선을 밑돌고 있다. 생산량이 줄면서 지난해 생산액은 4억9천여만원에 그쳤다.

전남에서는 보성·순천·장흥·강진이 접해 있는 득량만과 여자만에서 주로 참꼬막이 잡힌다.

전국 생산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꼬막 주산지이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생산량이 급감해 어민들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참꼬막 생산량 감소는 1990년대 후반 중국 수출로 인한 무분별한 남획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간척지가 늘면서 참꼬막 서식지인 개펄이 줄어든 데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간 것도 생산량에 영향을 줬다.

전남도는 4개 군에 3억5천만원을 지원, 고막종자 대량 생산 기반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등 어민 지원에 나섰다.

꼬막 주산지인 보성군도 2021년부터 15억원을 투입해 참꼬막 인공 종자 3억200만 마리를 해역에 살포하는 등 참꼬막 생산량 증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의회 이동현(더불어민주당·보성2) 의원은 최근 농수산위원회 해양수산과학원 소관 업무보고에서 참꼬막 생산량 감소 극복을 위한 우량품종 개발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여자만 어민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며 "수온 변화에 강한 다른 어패류로 대체해 어민들의 소득을 보존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성군은 인공살포한 참꼬막 종패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성군 관계자는 "2021년 인공적으로 생산한 새끼조개를 살포했다"며 "그동안 정상적으로 성장했으면 내년쯤이면 출하될 수 있어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다"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