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패러디는 신성모독"…올림픽 후원사 "광고 뺀다"

논란이 된 공연 장면. 연합뉴스
지난 27일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공연 중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부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식 후원사인 미국의 대형 통신업체 C 스파이어는 “해당 공연이 종교를 모독했다”며 올림픽 광고를 철회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는 공식 사과 성명을 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개회식 하이라이트 영상을 삭제했다.

29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C 스파이어는 지난 28일 공식 SNS를 통해 “최후의 만찬 장면을 패러디한 공연에 충격을 받았다”며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C 스파이어의 본사가 있는 미국 미시시피주 주지사 테이트 리브스도 SNS에 “신은 조롱당하지 않을 것이다. C 스파이어는 상식적이고 적절한 선을 그었다”며 회사의 결정을 지지했다. 해당 공연에는 성인의 후광(後光)을 상징하는 듯한 왕관을 쓴 여성과 여장 남성 모델(드랙 퀸), 트랜스젠더 모델 등이 등장했다. 예수가 수난을 당하기 전날 밤에 자신의 12제자와 함께 한 저녁 식사를 다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직후엔 전신을 푸르게 칠한 프랑스 남성 가수 필리프 카트린이 거의 나체로 등장해 노래를 불렀다.

조직위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비판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한 공연”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종교계에서는 “신성 모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종교 뿐 아니라 정치권 등 각계 유명인사들도 논란에 가세했다. 우파 성향 인사들은 앞다퉈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한 형편없는 공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공화당 소속)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충격적이고 모욕적인 일”이라고 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SNS에 “기독교인에게 극도로 무례했던 공연이었다”고 지적했다. C 스파이어의 광고 철회 조치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톨레랑스’와 다양성의 정신, 위트를 전면에 부각시킨 훌륭한 공연이라는 호평도 나왔다. 졸리 감독은 프랑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후의 만찬에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니라, 올림푸스의 신들과 관련된 이교도 파티를 열자는 아이디어였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29일 조직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 개회식 연출을 두고 불쾌감을 느낀 모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어떤 종교 단체에도 무례를 범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설명했다. IOC는 유튜브 채널에서 파리 올림픽 개회식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IOC의 이 같은 조치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