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넣었다가 40억 날렸다"…허술한 투자에 비명

상장사의 허술한 비상장 투자

본업과 무관한 사업 투자에
초전도체 등 인기 테마에 기웃거려

외부 평가 없이 매각 진행하기도
사업 성과보단 테마성 짙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상장사들이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비상장사 인수에 나서고 있으나 허술한 기업가치 평가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우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 아센디오가 가수 홍진영이 운영하는 소속사 아이엠에이치(IMH)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했다가 2년 만에 40억원의 손실을 보고 되파는 등 인수 과정에서 비상장 주식의 과대·부실 평가로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티에스넥스젠은 지난 5월 본업과 무관한 의료기기 비상장사 뉴로소나 지분 73%를 에스유홀딩스로부터 60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인수할 당시 외부 평가기관의 자문 없이 비싸게 샀단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뉴로소나는 2017년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익을 실현한 적이 없으며, 지난 3월 말 기준 12억원이 넘는 결손금을 기록했다.아센디오는 지난 2월 초전도체 비상장사 퀀텀포트가 발행한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등 2차전지나 초전도체 분야를 신규 사업을 추가하면서 관련 비상장사를 물색하고 있다. 지난해엔 가수 홍진영이 대표로 있는 비상장 엔터사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바뀌기 전인 2021년 100억원 주고 산 IMH엔터 지분 35%를 지난해 8월 홍진영의 글로벌 에이전시인 아리스튜디오(옛 제이피포레스트)를 상대로 60억원에 팔았다. 지분을 인수한 지 2년 만에 투자원금 절반가량이 날아갔다. 투자 직후 3년 내로 IMH엔터가 기업공개(IPO) 추진하지 못하면 매입한 금액 그대로 되사가는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이 있음에도 손해를 보면서 보유 주식을 팔았다.

아리스튜디오 측 관계자는 "당시 아센디오 측이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지면서 IMH주식을 판 것으로 안다"면서 "풋옵션을 1년 앞두고 싼 가격에 주식이 나와 미래 가치를 보고 IMH엔터 주식을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센디오의 퀀텀포트 CB 투자부터 티에스넥스젠과 에스유홀딩스의 뉴로소나 지분 인수 과정에서 양모씨가 자주 등장한다. 양씨는 시장에서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인물로, 이들 상장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지방검찰청은 지난 6월 이들 상장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비투엔도 지난해 유전자 분석 비상장사에 큰돈을 투자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손실률이 73%에 달한다. 비투엔이 투자한 70억6800만원은 3월 말 기준 18억5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거두기도 전부터 손실률이 상당하단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상장사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사를 꼼꼼히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전망성만 보고 비상장사에 투자할 경우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