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실적압박 스트레스…경찰 '허리'가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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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동료 죽음에 내부 '술렁'과중한 업무 부담과 열악한 근무 여건을 못 버틴 경찰관 세 명이 열흘 새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경찰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수사권 조정 후 늘어난 업무와 인력 보강 없이 실적만 압박하는 내부 분위기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는 29일 열린 국회인사청문회에서 “투철한 사명감으로 희생을 무릅쓴 채 위험에 맞선 경찰관의 처우 개선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장협 "경찰들 번아웃 상태
실적 위주 성과평가 중단해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도
"업무과중 문제 대책 내놓겠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 ‘연이은 경찰관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관들이 ‘번아웃’ 상태에 들어갔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민관기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실적 위주의 성과평가를 즉각 중단하라”며 “인원 충원이 될 때까지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중단하라”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이달에만 전국에서 총 세 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소속 A경감은 지난 19일 오전 사무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결국 26일 사망했다. 18일에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B경위가, 22일에는 충남 예산의 경비안보계 C경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내부에선 일선 경찰들이 갈수록 업무량이 늘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은 일선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들을 신설한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등 현장으로 대거 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올초부터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남아 있는 일선 경찰에 기존 업무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 고소·고발 반려제도 폐지, 수사팀 통폐합 등 최근 시행된 행정 개편으로 수사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조 후보자도 일선의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열린 경찰청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사 사례가 한 건도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청장이 되면 업무 과중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청은 문제의 원인 분석과 해결책 마련을 위해 ‘현장 근무 여건 실태 진단팀’을 긴급하게 꾸렸다.경찰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25명의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간 20여 명꼴이다. 지역 경찰이 58명(46.4%)으로 가장 많았고, 수사 직무가 13명(10.4%)으로 뒤를 이었다. 직장협의회 측은 “사이버 사기, 보이스피싱 등 신종 범죄는 수사 난도가 높아 일반 수사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인력 및 예산 충원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시온/김다빈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