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내한 경기 D-1…암표 막으니 쏘니팬들 여기 몰렸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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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내한 경기 앞두고 '취켓팅' 열기 뜨거워"오늘 취소표 뜨는 거 몇시쯤으로 예상하시나요."
'암표 대책'에 취소표 뜨자 '정보방' 등장
취소표 풀린 시간 분석해 다음 '대목' 예측까지
정상 예매 문화 정착 과정이란 점에서 '긍정적'
30일 손흥민이 소속된 프리미어리그 클럽인 토트넘 홋스퍼(이하 토트넘)와 '팀 K리그' 간 경기를 하루 앞두고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이 같은 문의가 쏟아졌다. 이 채팅방은 예약 부도나 취소로 나온 표를 기다렸다 사는 것을 뜻하는 이른바 '취켓팅'(취소표+티켓팅) 정보 공유방이다. 현재 770여명의 참가자가 속해있다.특히 토트넘이 2년 만에 치르는 내한 경기인데다 주최사 쿠팡플레이가 다양한 암표 방지책을 도입하면서 취소표를 구하기 위한 예매 전쟁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에 축구 팬들은 정보 공유방에 모여 서로 취켓팅 전략을 공유하며 예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한 '새로 고침' 누르기는 옛말
취켓팅도 이젠 '전략전'·'정보전'
이번 내한 경기를 주관한 쿠팡플레이는 부정 거래를 막기 위해 앞서 무작위로 시간차를 두고 취소표를 푸는 정책을 도입했다. 따라서 취소표를 구하려는 '취켓팅러'들은 예매 창을 열어놓고 그저 대기하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오픈 채팅방을 활용하는 모양새다.실제로 현재 카카오톡에는 토트넘 경기로만 10여개가 넘는 취켓팅방이 운영되고 있다. 한 취켓팅방에 들어가 보니, 오는 31일 예정된 팀 K리그와 친선전은 물론 같이 방한한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인 FC 바이에른 뮌헨과의 내달 3일 경기의 취소표 관련 정보가 수시로 오가고 있었다.가령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취소표가 대거 풀린 시간을 분석해 다음 '대목'을 예측했다. 이 채팅방 공지에는 '22일(월) 16시45분, 21시45분', '23일(화) 14시8분, 21시41분', '24일(수) 14시40분, 22시5분' 등 날짜마다 취소표가 대량으로 뜬 시간이 정리돼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은 "오늘은 몇 시에 뜰 것 같다", "오후 시간대를 노려야 한다" 등 의견을 나눴다.기자가 채팅방을 살펴보던 이날 오전 11시10분께도 오후 6시에 예정된 '오픈 트레이닝'(경기 전날 공개 훈련) 취소표가 대량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1등석 340석 예매 칸이 갑자기 열리자 참가자들은 '선수들이 잘 보이는 열이 몇 열이냐'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다른 취켓팅방에서 내달 3일 경기 예매를 노리고 있다는 20대 사모 씨는 "정식 예매를 거의 성공한 적이 없어 대부분 취켓팅으로 표를 구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주변 친구들을 통해 정보가 좋은 취켓팅방을 소개받기도 한다"며 "이번엔 쿠팡 정책이 너무 강화돼 정보 없이 취켓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이밖에 취켓팅 성공률을 높이는 결제 방식 팁도 공유됐다. 표가 나오면 갑자기 서버 사용자가 급증하기 때문에 특정 카드사는 결제 과정 중 튕길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한 참가자는 "OO은행으로 결제하면 은행 관련 앱 창이 자동으로 뜨기 때문에 튕기게 된다"며 "문자 인증으로 하면 생년월일, 전화번호, 인증번호만 넣어도 돼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구 팬인 30대 민모 씨는 "항상 취켓팅방에 상주하면서 지켜보다가 18일에 '토트넘 대 팀 K리그' 경기 1등석 두 매를 예매하는 데 성공했다"며 "주말 시간대 대량으로 취소표가 풀리는 시간대를 예측하고,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던 친구까지 동원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되는 채팅방 내 '꿀팁' 근거 無"
'암표 근절' 소비문화로 긍정적인 평가도
물론 취켓팅방에서 공유되는 정보는 참가자들의 경험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100%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쿠팡플레이 관계자 역시 "취소표는 수량과 시간 모두 무작위로 풀리기 때문에 결코 패턴화 될 수 없다. 특정 시간대 표가 많이 풀린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다만 전문가들은 정보 공유방이 취켓팅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소비문화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취켓팅방은 암표 근절 대책이 정교해지면서 정상적인 수단 내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며 "결과론적으로 예매 문화의 고질적인 문화였던 암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적 수준이 높아진 셈"이라고 말했다.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