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행은 포기했어요"…최대 성수기에 티메프 사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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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로 여행 심리 위축 우려티몬이 환불 접수를 받기 시작한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 대기 중이던 40대 전업주부 A씨는 "4인 가족 여행으로 700만원 가까이 결제했는데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돈을) 받아내더라도 이미 출발일이 지나 올해 여행은 끝났다"고 하소연했다.
다음주 출발하는 제주행 여행 상품을 예약했다는 30대 직장인 B씨 또한 "해외여행보다는 돌려받아야 할 돈이 적은 편"이라면서도 "우선 '재결제'라도 해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하지만 광복절 연휴에 계획했던 여행은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 지연 사태로 여행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직장인들의 본격적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벌어진 대란으로 여행객들의 피해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최대 성수기인 3분기가 자칫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전체 미정산 금액은 지난 25일 기준 티몬 1280억원, 위메프 854억원 등 총 2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대금 정산은 상품·서비스 판매 약 50~60일 후 이뤄지는 만큼 6~7월 미정산분이 추가되면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여행업계가 받지 못한 돈은 6~7월분 기준 여행사별로 많게는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여행사와 플랫폼들은 항공 발권, 숙소 예약 수수료를 받는다. 직접 구매보다 드는 비용이 많지만 한 곳에서 모두 예약할 수 있어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항공사·숙소 등과 협업을 통해 운용하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은 공식 홈페이지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다. 업계는 최저가를 강조하며 다양한 혜택을 담은 상품으로 모객 경쟁을 벌인다.
비중은 전체 판매액의 3~4%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티몬과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를 통한 상품 판매도 다양한 채널에서 고객 확보를 위한 수단이다. 커머스 자체 할인, 제휴 카드사 할인 등이 더해져 수요가 몰리기도 한다.
앞서 티몬은 자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캐시를 10% 할인 판매했다. 5만원짜리 상품권을 4만5000원에 살 수 있고, 여행 상품도 이용 가능해 여름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수요가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번 사태로 항공권과 숙소는 직접 구매해 위험 부담을 줄여야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는 휴가 때 여행을 포기해야겠단 반응도 이어졌다.이 같은 분위기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여행업계는 또 다른 악재로 산업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해외여행 호황으로 한숨 돌렸는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악영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직접 피해를 본 고객은 물론이고 뉴스를 접한 예비 고객의 불안 심리 확산으로 여행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업체 간 이번 사태 대응 방향을 두고 고객들 평가가 향후 수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