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도 팔고 명품백도 파는 요즘 미술경매

서울옥션이 독특한 경매로 예술 애호가에게 주목받고 있다. 7월 경매를 ‘아트 라이프 밸런스(A-L-B)’로 이름 짓고 초고가 주류와 명품 잡화 등 다채로운 품목을 선보이면서다.

서울옥션은 지난 23일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한 라이브 경매에서 와인과 브랜디, 위스키 23점을 출품했다. 이 중 11점이 새 주인을 찾았는데, 프랑스 보르도 명품 와인인 페트뤼스 2004년, 2005년산 등 두 병이 1800만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경매 전 열린 프리뷰에선 57년 숙성된 최고급 한정판 싱글몰트 위스키로 전 세계 단 400병밖에 없어 2억5000만원의 시작가가 붙은 ‘맥켈란 라리끄’가 전시돼 컬렉터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이튿날 온라인 경매에선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 가방과 한스 베그너의 디자인 가구 등으로 경매 랏(Lot)을 채웠다. 이 중 인기 화가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한 루이비통 가방, 아야코 록카쿠의 그림이 담긴 러그가 각각 450만원, 9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은 지난달 유명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에 참여한 서울 반포동 ‘더 팰리스 73’ 오피스텔 분양권을 경매 출품해 219억원에 팔아 화제를 모았다.

서울옥션의 이색 경매는 미술시장 불황 속 연계 상품으로 수익 다각화를 꾀하려는 포석이다. 값비싼 주류, 명품, 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곧 미술품도 수집하는 잠재적 컬렉터일 것이란 관측에서다. 정태희 서울옥션 경매사업팀장은 “문화, 예술을 일상에서도 향유하게 되면서 미술품 수집에 취미를 가진 젊은 층이 고급 와인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옥션 등 글로벌 경매사들은 럭셔리 주얼리나 하이엔드 시계 등으로도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크리스티는 자사에서 명품 브랜드 가방을 구매하거나 응찰한 고객 38%가 미술품 등 다른 경매품 응찰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