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파 닥친다"…생산·인력 줄이는 美 제조업
입력
수정
지면A10
침체 대비하는 美 기업들미국의 대표 제조 기업들이 경기 둔화에 본격적인 대비에 들어갔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고금리, 달러화 강세 등이 겹치면서 실적 둔화가 예상되면서다. 자동차, 농기계, 가전 업체 등은 연말까지 경영 환경이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기업은 이미 이에 대비해 생산량과 출하량을 줄이고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최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 아마존 등 주요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조업 업황까지 둔화하면 뉴욕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플레 장기화에 고금리·강달러
제조업 PMI 19개월간 '경기 위축'
글로벌 철강 가격 올들어 하락세
팬데믹 후 불었던 제조업 붐 식어
레저용 車·가전 2분기 매출 감소
디어 등 농기계 업체 수천명 감원
생산량·인력 감축 돌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불던 제조 업체 붐이 식어가고 있다’는 제목으로 낸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레저용 차량 제조 업체 폴라리스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조정 주당순이익이 1.38달러로 시장 예상치 2.25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매출은 12% 감소한 19억6000만달러로 이 또한 시장 예상치 21억8000만달러를 밑돌았다. 마이크 스피천 폴라리스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에는 고금리, 인플레이션, 점점 신중해지는 딜러와 소비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미국의 대표 가전 업체 월풀은 2분기 매출 39억9000만달러를 올리는 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짐 피터스 월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지쳤다”며 “냉장고와 세탁기를 신제품으로 바꾸려는 ‘재량’ 구매자 수요가 약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생산량과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 디어는 지난해 11월 이후 생산직 근로자 2100여 명을 감원했다. 경쟁 업체 애그코 역시 지난 6월에 연말까지 전 세계 사업장 인력의 6%, 약 800명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제조 업체 경기가 둔화하면서 철강 가격도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자동차, 기계, 가전 등에 널리 쓰이는 열간 압연 코일 강판(HRC Steel) 가격은 올해 한때 t당 1100달러를 넘어섰지만 이날 기준 664달러까지 하락했다. 미국 피닉스의 철강·알루미늄 유통 업체 플랙글로벌메탈스의 제러미 플랙 CEO는 “철강 구매자들이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구매량을 적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지수도 둔화 조짐
제조업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경기 지표도 둔화 추세를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 제조업지수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월 48.5로 전달(48.7)보다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아래면 경기 위축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PMI가 49.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제조업 PMI는 3개월째 50을 밑돌았고, 3월을 제외하면 20개월 중 19개월간 경기 위축을 시사했다.시장에선 지난 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8%로 시장 예상치를 웃돈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지난주 발표되기 시작한 2분기 기업 실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26일 공개된 미시간대의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6.4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일부 기업이 팬데믹 기간에 급격한 매출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전 추세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