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여당 비난하며 '다수의 횡포' 거드는 국회의장

우원식 국회의장이 어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방송4법과 관련해 “거부권 행사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겨냥해 “단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강퍅한 권력자의 야박한 태도”라고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규정한 국회법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방송4법은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말한다. 방통위 의결 정족수와 KBS·MBC·EBS 이사 수를 늘리고 언론단체 등에도 이들 공영방송의 이사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이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지난 21대 국회 때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 22대 국회 처리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은 막판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버텼지만 민주당은 끝내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그런데도 우 의장은 방송4법을 “대한민국 입법부가 오랜 토론을 거쳐 중요하게 결정한 사항”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말라’고 한 것이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는 뒷짐을 진 채 대통령과 여당만 탓하는 꼴이다.국회법은 ‘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를 통해 국회의장에게 중립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다툴 때 의장이 한쪽 편만 들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우 의장은 제대로 된 중재자 역할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다. 의장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며 여야 중재보다 민주당 편에 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른바 ‘개딸’ 표심을 겨냥해 “이재명 대표가 ‘형님이 (국회의장으로) 딱 적격’이라고 했다”고 ‘명심(明心) 팔이’를 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총선 때 국민 절반가량은 민주당을 찍지 않았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보며 오만하다고 느끼는 국민도 많다. 지금처럼 중재와 타협이 아니라 특정 정당의 거수기를 자처한다면 역대 최악의 입법부 수장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