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 사이즈' 커피 잘 팔리는데…스타벅스 '파격 결단' 이유 [분석+]

2년 6개월만의 가격 조정
그란데 올리고 숏은 내려
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가 국내 시장에서 커피 값을 조정한다. 작은 사이즈는 인하하지만 큰 사이즈 가격은 인상해 사이즈별 가격차가 벌어진다. 커피 원두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응책을 강구한 셈인데, 일부 대용량 사이즈 커피 가격만 올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다음달 2일 일부 품목 가격을 올린다고 31일 밝혔다. 큰 사이즈로 분류되는 그란데(473ml)와 벤티(591ml) 사이즈는 기존 가격에서 각각 300원과 600원 올린다. 원두 상품군 중 홀빈 11종과 에스프레소 샷·시럽·휘핑 등 음료 옵션인 엑스트라군 값도 인상한다. 스타벅스의 가격 조정 결정은 2022년 1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그간 대내외 가격 인상 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으나, 각종 직·간접 비용 상승이 누적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단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원두 가격은 주요 산지 가뭄 여파로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하는 로부스타 원두의 지난 10일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 가격은 톤(t)당 4844달러(670만원)로 전년 대비 70% 이상 급등했다.

다만 톨(355ml) 사이즈는 가격을 동결하고 숏(237ml) 사이즈는 오히려 300원 인하한다. 톨 사이즈는 스타벅스 음료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사이즈이기도 하다. 스타벅스는 왜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상품군을 두고 대용량 사이즈만 가격을 올렸을까.

업계에선 대용량 음료의 판매 비중이 늘고 있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에서 그란데와 벤티 음료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3.2%, 9.7% 증가했다. 제조 음료 전체 판매량 증가 평균치(8.7%)를 웃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인 숏 판매량은 6.2% 느는 데 그쳤다. 톨은 4.9% 늘었다.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그란데와 벤티 등 대용량 음료 판매가 기본 사이즈인 톨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 지난해 기준 스타벅스코리아에서 톨 사이즈 판매 비중은 절반 수준(51%)이었다. 그란데는 32%, 벤티는 15%가량 차지하고 있다. 대용량 사이즈 두 종류의 점유율을 합친 게 47%로 톨사이즈 비중에 육박한다. 숏 사이즈는 1%대에 불과했다.

대용량 사이즈일수록 원가 부담이 적다는 특징도 있다. 전체 인상에 따른 소비자 반발을 줄이면서도 큰 사이즈 일부 인상만으로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략 커피 한 샷에 카페별로 원두 7~10g 정도를 이용해 1온스(약 30ml)를 추출하는데 사이즈가 커지고 가격이 비싸진다고 해서 이에 비례해 샷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노나 라떼 등 커피 음료의 컵 사이즈가 커질수록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타벅스 측에선 사이즈가 커질 수록 원가율이 올라가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스타벅스에선 톨 사이즈 라떼 기준 한 잔에 에스프레소 1온스가 들어간다. 여기에 물과 우유 등을 섞는 비율을 11배로 해 12온스 용량 라떼 한잔이 만들어진다. 숏 사이즈에도 우유 양은 줄지만 샷은 1온스가 들어간다. 반대로 사이즈가 커져 그란데 라떼를 하나 시키면 에스프레소 2온스가 들어가고, 벤티 사이즈를 시켜도 에스프레소 용량은 동일하게 2온스다. 다만 추가적으로 우유 등이 더 들어가 사이즈가 커질 수록 절대적인 원가가 올라간다는 것이다.스타벅스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임을 감안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톨 사이즈 음료 가격을 동결한 것이다. 가격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고심해서 값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
소비자들은 인상 후 기프티콘을 이용해 대용량 사이즈를 구매하는 방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소비자는 “스타벅스 이용자들끼리 주로 톨 사이즈 기프티콘을 주고 받는데 기존엔 매장에서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벤티로 사이즈 업 하려면 1000원을 더 내야 했다. 하지만 인상 이후 기프티콘 사용시 같은 조건으로 1600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도 “알게 모르게 기프티콘 이용자 부담이 늘었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