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자산운용 "하반기 M7 쏠림 현상 완화…헬스케어 주목"

글로벌 시장전망 간담회
"내년까지 금리 6번 인하 예상"
이재욱 AB자산운용 주식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31일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AB자산운용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은 31일 올 하반기에는 그동안 미국 나스닥 상승을 주도한 ‘매그니피센트7’(M7) 외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쏠림 현상'이 완화하면서 M7과 그 외 종목 간 주가 격차도 좁혀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부장)는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하반기 글로벌 주식·채권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소수 종목 집중 현상이 일어난 다음에는 항상 역사적으로 정상화(완화)가 진행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AB자산운용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1분기 말 기준 총운용자산(AUM)이 1011조원에 달한다. 2007년 설립된 국내법인의 순자산은 3조원이다.이 매니저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된 시장 쏠림 현상 이후에는 정상화가 장기간 이뤄질 것"이라며 "M7과 그 외 종목간의 실적 격차가 급격히 좁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상화 시기에 주식시장이 계속해서 랠리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고 조정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내년까지) 랠리가 기반이 되는 시장의 정상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M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대형 기술주를 일컫는다.

그는 상승 랠리의 배경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을 들었다. 또 하반기부터 기업 실적의 전반적인 반등세가 예상되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되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금리 상태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봤다. 이 매니저는 "과거 100년 역사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물가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며 "초저금리 환경은 이례적이었고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이 환경이 어떻게 보면 더 정상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AB자산운용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이 2~4% 사이에 위치할 때, 주식의 실질수익률은 8.1%를 기록했다.아울러 그는 M7을 제외한 S&P500 내 나머지 493개 종목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며 M7 이외 종목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니저는 "대형 기술주는 현재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너무 높게 형성된 만큼 사업 구조가 우량한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실적과 기초체력이 탄탄한 가치주가 부각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선호 업종으론 헬스케어를 제시했다. 저평가된 인공지능(AI) 수혜 업종이란 이유에서다.
유재흥 AB자산운용 채권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이재욱 AB자산운용 주식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AB자산운용
AB자산운용은 현금 대비 채권의 가치도 강조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완전히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어 자본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 AB자산운용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두 차례, 내년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재흥 채권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요동쳤지만, 올해 채권 수요는 꾸준했다"며 "주거비용이 둔화하고 있어 물가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달 물가지표가 긍정적으로 발표되면 Fed가 편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미국의 재정 적자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순 있지만,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유입돼 수요·공급 균형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대선에서 어느쪽이 승리하더라도 재정 적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유 매니저는 "재정 적자는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발행 대비 수요가 많고 내년 신규 발행 물량은 단기 또는 중기물로 집중되지 않을까 싶다"며 "단기적인 마찰 요인은 될 수 있지만 6조달러가 넘는 MMF 자금이 국채 대한 수요로 이어져 시장에서 잘 소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