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엄빠 공무원', 주1회 무조건 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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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본청·사업소 8월부터 실시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재택근무제, 주4일제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공무원 조직에 속속 도입하고 있다. 충남, 제주에 이어 서울시 공무원 부모들도 매주 하루는 집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된다.
서울시는 8월부터 8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주 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한다고 31일 밝혔다. 전국 꼴찌 수준의 합계출산율(2023년 기준 0.55명)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과 육아를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동률 서울시 행정국장은 “일·육아 양립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인 만큼 서울시가 앞장서서 아이 키우기 좋은 일터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 70%대에 달했던 재택근무제의 이용률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 급감했다. 시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전 직원의 0.4%, 육아 공무원의 1.3%만이 제도를 이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다보니 동료와 상사들의 눈치가 보는 공무원 부모들이 제도를 마음 편히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주 1회 재택근무 대상자는 서울시 본청·사업소 소속 직원 1499명이다. 전체 현원 1만 354명의 14.5% 수준이다. 제도 시행에 앞서 시는 지난 4월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9.6%가 ‘재택근무가 일과 육아 병행에 도움이 된다’, 88.3%가 ‘재택근무 의무화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 직원들 눈치가 보여 제도를 쓰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서울시는 행정안전부의 인사관리시스템 ‘인사랑’을 통해 대상자들의 유연근무제 활용 여부를 꼼꼼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8월부터 부서별 육아시간 사용률을 평가해 분기별로 사용률이 높은 부서를 표창하고 부서장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교육도 주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과장급(4급) 이상 직원의 목표 달성도 평가 시 부서원들의 유연근무제 사용실적을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집에서도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구축돼 있다. 서울시 디지털정보국은 개인 컴퓨터로 사무실 컴퓨터를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는 VDI(Vertual Desktop Infrastructure) 서비스를 지난 3월 개시했다.
박진영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은 “시의 ‘업무관리시스템’, 예산·회계 업무를 처리하는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등 총 190개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공무원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시는 지난 2월 전세자금 융자지원 시 신혼부부로 인정하는 기준을 결혼 5년 이내에서 7년 이내로, 다자녀 기준을 자녀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완화했다. 내년에는 신혼, 다자녀 직원 대상 전세자금 융자 한도를 확대할 예정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