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넣고 드르륵 돌리면 나오는 캡슐토이, 이렇게 큰 시장이었어? [서평]

가챠가챠의 경제학

오노오 가쓰히코 지음
원선미 옮김/인간희극
184쪽|1만7900원
'가챠가챠의 숲' 매장 내부 전경
일본 여행가서 ‘가챠가챠’라 불리는 캡슐토이 매장이 자주 눈에 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완구협회에 따르면 2022년 일본 캡슐토이 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인 610억엔(약 5500억원)에 달했다. 2018년까지 수년 간 300억엔대를 맴돌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가챠가챠의 경제학>은 이 산업을 들여다 본 책이다. 저자 오노오 가쓰히코는 일본가챠가챠협회 대표다. 그는 가챠가챠 산업의 역사, 트렌드, 플레이어, 작동 방식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책은 캡슐토이의 기원을 1880년대 미국 뉴욕에서 찾는다. 당시 풍선껌이나 사탕, 연필, 향수 등을 무인 판매기에서 팔았다. 1940년대 들어선 머신 안에 셀룰로이드로 만든 작은 장난감을 섞어 팔면서 이 장난감을 노리고 머신을 돌리는 어린이가 늘기 시작했고, 장난감만 파는 기계가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에 가챠가챠 산업이 태동했다. 인기를 끌다 시들해지는 일을 반복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를 저자는 ‘제4차 붐’의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특징은 어른과 여성이 주 소비층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또 코로나19로 빈 매장이 많이 생기자 그곳을 무인 점포로 운영할 수 있는 가챠가챠 매장이 파고 들었다.
2023년 한 업체가 설문조사를 했는데 캡슐토이의 매력으로 ‘높은 퀄리티’를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두근거림’, ‘다양한 상품 구성’, ‘낮은 가격’ 등도 매력으로 꼽혔다. 즉, 가챠가챠는 싸구려 장난감이 아니다. 소유욕을 자극하는 고품질의 장난감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가질 수 있는 게 가챠가챠의 인기 요인이라는 것이다. 기업과의 협업(컬레보레이션)도 활발하다. 택배회사 사가와는 택배 기사의 여러 모습을 가챠가챠로 만든 ‘사가와 남자 시츄에이션 심쿵 굿즈’ 시리즈를 내놨다. 통신회사 NTT도코모는 옛날 공중전화기를 미니어처로 만든 가챠가챠를 제작했다.

가챠가챠 산업을 이루는 플레이어는 제조사, 오퍼레이터(대리점), 판매점이다. 일본에 약 40개 제조사가 있다. 가장 큰 제조사는 대기업인 반다이다.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장이기에 작은 제조사도 살 구멍이 있다. 지난 10년 간 가챠가챠 제조사가 4배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이 시장에 신규 진입한다면 독특한 상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제조사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유망하다고 조언한다.

가챠가챠 산업은 일본의 독특한 저력을 보여준다. 다른 나라였다면 애들 장난감이라 폄하되고, 그저 그런 싸구려 장난감을 만드는 데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완구 강국 일본은 이 조그만 장난감을 만드는 데도 공을 들였고, 하나의 생활 예술품이자 문화로 만들었다. 저자는 일본의 다른 산업들이 가챠가챠에서 배울 점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 이 말에 수긍하게 된다. 사양 산업 성장 산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어디에든 기회는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생각이다. 주의할 점은 있다. 가챠가챠협회 대표가 쓴 책인 까닭에 긍정적으로만 이 산업을 바라본다. 실제 현실은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