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원전' 고온가스로, 민·관 함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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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SK·대우·롯데 등정부와 민간 기업이 국내외에서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대우건설 롯데케미칼과 함께 고온가스로(HTR) 개발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HTR은 발전은 물론 친환경 수소 생산과 함께 주력 산업에 필요한 공정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첨단 기술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루마니아에 대형 원전과 함께 SMR을 건설할 수 있는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과기부와 함께 2027년까지 개발
두산, 루마니아 원전 시장 개척
대형 원전과 SMR 동시에 공급
○SMR 개발 각국 경쟁 뜨거워
HTR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는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흑연을 감속재로 써서 750도가량의 고온 열을 생산하는 원자로다. 1600도 이상에서도 방사능이 방출되지 않는 삼중피복입자 핵연료(트리소)를 사용해 외부 전원이 상실되는 극한 사고에서도 자연냉각만으로 원자로의 안전성을 확보한다. ‘4세대 원전(Gen-4)’으로도 불린다.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455억원을 투입해 HTR 기본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원자로 설계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맡고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스마트파워는 플랜트 설계에 참여한다. 포스코이앤씨는 HTR을 통해 수소환원제철용 수소 생산 등 그룹의 철강산업과 연계한 신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 역시 HTR로 수소 생산에 나선다.주요국은 SMR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은 다우케미칼의 화학공업단지에 X-에너지의 HTR ‘Xe-100’을 도입하는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영국도 공정 열 공급을 위해 민간기업과 국립원자력연구소가 힘을 합쳐 HTR을 개발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테라파워 등이 개발하고 있는 소듐고속로(SFR) 나트리움은 미국 와이오밍주에 2028년 들어설 예정이다. 중국은 웨이하이시에 HTR을 건설해 전력 생산과 지역난방에 활용 중이다. 덴마크 시보그사는 부유식 바지선 동력원으로 실을 수 있는 용융염원자로(MSR)를 개발하고 있다.
○루마니아 SMR 시장 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루마니아 원자력규제기관(CNCAN)으로부터 현지 대형 원자력 발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의 기자재 설계 제작 구매 시공 및 서비스를 위한 인증을 이날 취득했다. 현지에서 원전 사업을 하기 위해 규제당국으로부터 꼭 받아야 하는 자격이다.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를 기반으로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의 설비 개선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이 원전의 피더관을 제작해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가압중수로형 원전의 주요 설비인 피더관은 원자로 온도를 조절해주는 냉각재가 흐르는 배관이다.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는 2026년 운전 허가일이 만료된다. 루마니아 정부는 30년을 추가 운전하기 위해 설비 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캐나다 캔두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누클리어 컨소시엄이 설비 개선 사업 3단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경수형 SMR 글로벌 선도 업체인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주도하는 루마니아 SMR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발주처인 루마니아 전력기업 로파워는 도이세슈티 지역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462㎿ 규모의 SMR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뉴스케일파워에 지분을 투자해 핵심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했다. 2021년엔 SMR 제작성 검토를 완료하는 등 기자재 제작 준비도 마쳤다.
강경주/김형규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