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는 구영배, '테라' 권도형과 뭐가 다른가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총책임자인 구영배 큐텐(티메프 모회사) 대표가 엊그제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미정산액을 메울 돈이 없다”고 했다. 판매대금 대부분은 이미 프로모션에 써 남은 게 없고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 정도인데 당장 활용하긴 어렵다고 했다. 큐텐 지분 38% 등 사재 출연 계획도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큐텐 가치는 이미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게 됐다. 게다가 티메프는 법원에 기습적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해 버렸다. 결국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판매대금 대부분이 허공에 증발해 버릴 상황이 된 것이다.

구 대표의 사업 모델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별다른 자기 자본 없이 지분 교환을 통해 부실기업(티메프)을 인수한 뒤 여기서 나오는 판매대금을 돌려막기하며 버티는 식이었다. 현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상품권을 헐값에 팔기도 했다.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금 흐름이 끊기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구조였다.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일찌감치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든 본인도 이런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티메프에 재무조직도 따로 두지 않았다. 판매자들에게 줘야 할 돈을 자기 멋대로 기업 인수자금으로 전용하기도 했다. 규모를 갖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이나 책임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구 대표의 이 같은 폭주는 전 세계 20만여 명에게 총 50조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권도형의 사기 행각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스탠퍼드 출신인 그는 암호화폐 테라를 발행하며 개당 1달러의 가치를 보장하면서 투자자를 모았는데,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한 것은 실제 돈이 아니라 루나라는 다른 코인이었다. 테라나 루나나 실물 가치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을 텐데, 전혀 멈추지 않았다. 한때 개당 10만원에 육박하던 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1원 밑으로 폭락한 것은 필연이었다. 권씨를 기소한 검찰은 테라 사태를 ‘실현될 수 없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아무리 기업가정신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타락한 기업인들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시장을 유린하고 애꿎은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범죄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