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vs 친한 '2라운드'?…정점식, 사퇴 공개 압박에 '무응답'

'무응답'으로 '사퇴 거절' 의사 전했나
친윤계선 '사퇴 압박' 비판 목소리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거취가 당내 갈등의 불씨로 떠오른 가운데, 정 정책위의장은 자신을 향한 공개적인 사퇴 압박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정 정책위의장은 1일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밤중에 거취 고민을 했느냐'는 질문에 "고민할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그는 서범수 사무총장이 전날 "대표가 새로 왔으니 새로운 변화를 위해 당 대표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당직자는 일괄 사퇴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한 데 대해 "답변을 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상 거절 의사냐'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후 예정대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 의장은 "오늘은 발언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오늘 발언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특별히 정책에 관해서 말씀드릴 게 없어서 발언을 안 한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 측의 공개적인 사퇴 요구 뒤에 나온 정 의장의 이 같은 '무응답'은 사실상 '사퇴 거절'의 뜻으로도 풀이된다.이런 상황에서 친윤계를 중심으로는 한동훈 대표 측의 '사퇴 압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윤계로 인식되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퇴하라는 압박의 뉴스는 뺄셈 정치로 보일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헌·당규상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으니 독단적으로 해고할 수 없다, 이런 법적인 논쟁을 지나 저 같으면 정 정책위의장에게 '친한과 친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하겠다)"며 "정 의장이 그러기로 수락했다고 하면 '탕평책을 하는구나'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한동훈 대표는 정 의장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며 다음 인선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과 관련한 질문에 "제가 더 상세히 말씀드리기 (어럽다)"면서도 "우리 당의 변화와 민심을 받들어서 차분히 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 역시 정 의장 거취와 관련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어제 (한 대표와 정 의장이) 만났고 서로 간의 말씀이나 뜻은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정 의장이 굉장히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이니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데 공간을 만들어주시는 것에 대해 숙고하셔서 말씀하실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며 재차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일부에선 정 의장을 몰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는데) 현 지도부의 그런 뜻이 아니고 오히려 (사퇴 대상의) 범주를 넓혀서 (정 의장의) 부담을 좀 덜어드리려는 차원"이라며 "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다들 수용하고 계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신임 정책위의장은 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해 대표가 지명한 뒤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정 의장이 사의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교체될 경우, 의총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