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과 함께 '반쪽'을 주고, 나머지는 돈 내고 사라는 이것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시상식에서 한국 구본길, 오상욱, 도경동, 박상원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이 메달이랑 같이 준 건 어디에 쓰는거죠?'

지난달 28일,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첫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펜싱 국가대표 오상욱(28·대전시청)의 SNS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메달과 함께 받은 황금색 상자 안에 들어있던 종이의 정체에 대해 질문한 것이다.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번 올림픽을 '환경 친화적 올림픽'으로 선언하며 이례적으로 모든 메달 수상자들에게 꽃다발을 주지 않고 있다. 꽃다발 수여 문화를 없앤 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상식용 꽃을 재배하는 데 필요 이상의 탄소가 소비되고, 행사 직후 버려지는 꽃다발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입상한 선수들에게는 메달과 함께 한 장의 종이가 담긴 긴 상자를 선물하고 있다.
두 장으로 나뉘어 제작된 위고 가토니의 2024 파리 올림픽 포스터.
오상욱의 궁금증을 자아낸 지함 속 종이는 파리올림픽 공식 포스터다. 특이한 점은 포스터의 완성본을 수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받은 건 '반쪽짜리 포스터'다. 나머지 반쪽은 선수 전용 기념품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메달을 받은 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나머지 반쪽을 구매해야만 한다. 오상욱 등 일부 선수들은 SNS를 통해 '구매 여부'를 묻는 투표를 올리기도 했다.
두 장으로 나뉘어 제작된 위고 가토니의 2024 파리 올림픽 포스터.
완성된 작품이 아닌 반쪽 포스터를 선물한 이유는 파리패럴림픽과 관련이 있다. 올림픽 직후 열리는 2024 파리패럴림픽에서 수상한 선수들이 나머지 반쪽 포스터를 갖게 된다. 각 대회에서 메달을 딴 두 선수가 모여 포스터를 나란히 붙이면 한 작품으로 연결된다. 하계올림픽 역사상 올림픽과 패럴림픽 포스터가 함께 구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직위원회는 "두 경기가 모여 하나의 올림픽 정신을 완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나의 팀이라는 통합된 정신을 기념한다"고 설명했다.이번 2024 파리올림픽 포스터는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우고 가토니가 제작했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만 이뤄져 제작 기간만 6개월, 2000시간 이상이 걸렸다.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하는 작가의 작업 신념 때문이다.
두 장으로 나뉘어 제작된 위고 가토니의 2024 파리 올림픽 포스터.
위고 가토니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작가다. 지난 2017년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에르메스 도산파크 창문에 '열심히 일하는 말' 그림을 그려넣으며 국내 미술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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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